최근 "미니멀 라이프"를 화두로 삼아 자신의 삶에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이지 탐구하는 사람이 늘어난 것 같다. 하지만 미니멀 라이프 라고 해서 무조건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그 단어의 진정한 뜻은 바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여행" 과도 같다. 언젠가부터 산재해 있는 물건들 속에서 우리는 자칫 우리에게 진정 중요하고 소중한 게 무엇이었는지 잊고 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의 삶은 언젠가부터 물건들 틈에 내 인생이 끼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사실 이 책은 책보다도 드라마와 블로그를 먼저 알았다. 버리기 마녀 라고 하는 별명을 가진 한 주부의 이야기였는데, 드라마는 매우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이야기, 딱 적당한 길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책과의 씽크로율 99%라 할 수 있곘다. 책에는 할머니가 초기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으나 드라마에는 치매 설정은 없는 것이 약간의 차이라면 차이겠다. 드라마나 블로그를 보고 느낀 것은 "와, 저렇게 아무것도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비워내는 것이 능사라는 모토 아래, 열심히 비워내기를 실천중이건만 마이짱 처럼은 못 줄일 것만 같았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은 곳으로부터 공감이 일었다. 내 주변의 산재한 물건들이 정말 내게 필요한 걸까? 혹시 과시욕을 불태워 구입한 것은 아닐까? 마음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습관처럼 쇼핑해오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내가 저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잊고 살만큼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안타깝게도 이 질문들에 모든 대답은 "YES"다.

 

책에서 밝히듯, 마이짱은 처음부터 정리 정돈의 달인이었던 것이 아니다. 우리들 중 누군가와 다를 것이 없다. 날때부터 정리 금수저가 아니라, 혼돈 흙수저였다는 말이다. 카오스, 그 자체에서 살던 사람이 어떻게 정리정돈의 길로 들어섰는지를 생생하게 다루고 있어 읽기도 수월하다. 우리와 닮은 모습에 살작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격려를 보내고 싶어지게도 한다. 말 그대로 아~~~무 것도 없는 방에서 살고 싶어하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정리 마법에 한번쯤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깨끗하게 정리된 방에서 창의력을 마구 마구 샘솟게 해보는 것은 어떨지..

 

나는 항상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있는 아이러니 속에 살고 있다. 미니멀 라이프는 모든 것을 다 버리자가 절대 아니다. 불필요한 것을 서서히 걸러내면서 진정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과정이다. 우리집엔 아무것도 없어 라는 것이 제목이지만, 사실 우리집엔 뭐든지 있을 수 있어가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어렵게 시작하지 말고 간단하고 쉽게 시작하길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정리정돈에 대한 수납법이나 원칙등을 세세하게 담은 책은 아니지만, 시작의 마음을 굳히기에는 동기부여가 되는 책이다. 버리기 마녀! 나는 그녀의 마법에 서서히 중독되어 행복하기만 하다.

 

이게 정말로 필요한 걸까?

없어도 큰 문제 없지 않아?

없어지면 엄청 곤란할까?

이렇게 고민한다는 건 필요 없다는 말 아닐까?                                              p.87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