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 슬립 , 시간을 거슬러 온 자! 그게 과연 가능할까? 사실 그런 사실 유무를 떠나서 이 소설 <촌마게 푸딩>에 등장하는 사무라이 '기지마 야스베'는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사실이고 말고를 따지기 보다는 소설 그 자체의 재미에 푹 빠지게 하는 인물인 것이다.

 

180년 전, 에도 시대의 사무라이가 본인도 모르게 우연히 타임슬립 됐다. 그가 도착한 곳은 도쿄 근처의 한 동네. 그 곳에서 그는 '은색용'(신칸센)을 보고 꼼짝할 수 없게 되고, 히로코와 토모야를 은인으로 삼아 그들의 집에서 기거하게 되는 신세를 진다. 그러면서 야스베는 무언가 두 모자를 도울 수 있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각종 집안일과 육아에 전담하기에 이른다. 혼자 중심을 잡는 것에 익숙해졌던 히로코는 어느새 야스베에게 의지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토모야 역시 아버지의 빈자리를 야스베에게서 느끼면서 인물들의 갈등이 시작된다. 그러나 야스베에게는 천재적인 재능인 "과자 만들기"능력이 있었는데, 그것을 계기로 TV요리 프로그램에 출전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게 되고, 가게를 내고 인터뷰를 하는 등 에도시대의 사무라이때와는 다른 새로운 현대시대의 매력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는 언제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가를 생각하게 해줄 겨를도 없이 전개가 빠르고, 무척 재미있다. '와! 이 책 뭐야?' 라는 감정을 한껏 만끽하며 재미있게 읽어내려 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 가지 단점은 종국으로 치닫는 과정이 지나치게 빠르고, 헛헛하다는 점이다. 전반부와 중반부가 주는 재미에 비해 다소 긴장감이 떨어졌달까? 토모야가 냉장고에 갇혔다가 구출되는 장면은 극적이기는 하나, 그 전의 것만 못한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작가는 그런 아쉬움을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반전을 주면서 만회한다. 어찌된 우연으로 다시 타임슬립된 야스베가 결국 돌아오지 않지만(아마 제 자리를 찾아 돌아간 것으로...) 가족들은 또다른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그것은 바로 시내에 우연히 들어간 과자 가게에서 '설립자 기지마 야스베'를 보게 된 것이다. 사진으로밖에 확인할 수 없는 오래전 인물이지만, 그것은 틀림없는 야스베 아찌였다. 당시 에도시대에도 푸딩같은 과자가 있었는데, 그것을 푸링이라고 불렀다나?

 

책을 보면서 내내 '이거야말로 영화 감인데?'라고 생각했는데, 알아보니 영화로 이미 개봉한 뒤였다. 니시키도 료가 주연을 맡았다니, 한번 찾아서 봐야겠다. 타임슬립이라는 주제는 늘 오묘하고, 신비로운 것 같다. 일어날지 안일어날지 모르는, 그러니까 아직 확인되지 않은 가설일 뿐이겠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서는 이처럼 달콤한 타임슬립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단, 다시 되돌아오는 출구는 알아놓고 가는 것이 좋겠지... (아아, 그나저나 갑자기 푸딩이 먹고 싶어졌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