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도서관 사서였을 때, 소홀히 한 책은 청소년을 위한 책뿐이거든, 그때는 그런 책이 재미있는지 몰랐어. 어른인 내겐 그 책들을 감상하는 데 필요한 순수한 영혼이 없었던 거지. 내 실수였는지도 몰라. 지금 와서 되돌리려고 절망적으로 매달리는 실수...... 너무 늦기 전에 되돌리고 싶어!"

 

윗글은 전직 사서였던 이다 할머니의 후회섞인 고백이다. 책을 산으로 쌓아두고 있는 곳에서 일한 할머니가 막상 책을 많이 읽지 못했다고 후회를 하다니... 대체 무슨 사연이길래?

 

이 책 <도서관에서 생긴 일>은 책을 읽기 꺼려하거나, 책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에게 꼭 한 번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재미와 흥미 면에서도 단연 압권이지만, 어째서 책이 소중한지에 대해 재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황혼의 할머니가 매일 밤 분홍빛 불을 켜놓고 책을 쓰는 이유. 자신의 문장 안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이다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주인공 이다(Ida). 그녀는 할머니이자 동시에 소녀다. 육체적인 몸은 할머니이지만, 할머니인채로 회고록을 쓰는 순간이면 책 속에서 소녀가 걸어 나온다. 그 소녀가 바로 할머니의 옛날 모습인 소녀 이다인 것이다. 소녀는 날마다 할머니의 책에서 나와 도서관으로 향하고는 할머니가 발견하지 못한 '작가들에게 주어지는 비밀의 책'을 찾으러 다닌다. 그 과정을 어느 날, 건너편 집에 사는 소년 기욤이 발견한다. 개암빛 눈동자와 바닐라 향을 간직한 소녀에게 첫눈에 반한 기욤! 그 후 기욤은 절친한 친구 두두와 함께 이다가 비밀의 책을 찾는 일을 도와주게 되고, 이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레 미제라블>,<홍당무>, 랭보의 시집과 같은 책 속을 넘나들며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신비의 모험을 시작한다.

 

줄거리만 보자면,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조금은 환상적이고, 조금은 스펙타클하다. 그래서 페이지는 언제 넘기는 줄도 모르게 마지막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이 책이 주는 묘미는 앞서도 얘기했듯, 재미면에서만 최고라고 볼 수는 없다. 책 속으로 여행하는 기욤과 이다를 보면서 아주 중요한 몇 대목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어릴 적 읽었던 <레 미제라블>에서 가브로슈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 한없이 울었던 기억이 있는 기욤은 이다와의 모험 속에서도 가브로슈의 죽음을 다시 한 번 경험하게 되고 깊은 슬픔에 빠진다. 하루는 슬픔에 빠진 기욤에게 책 속에서 만난 어린왕자가 이런 말을 해준다.

 

"이야기책의 좋은 점은 언제든 뒤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거야."

"진짜 현실에 비해 책이 갖는 특권 말이야. 현실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과거로 되돌아가서 예전의 행복을 다시 느낄 수만 있다면!' 하지만 책은 앞장을 펼치기만 하면 돼. 그리고 월할 때마다 좋아하는 그 순간들을 다시 경험하는 거지."

 

책을 읽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 바로 지금과는 다른 또다른 공간에서, 또다른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책 속에서 나는 특정한 상황에 놓여볼 수도 있고, 특정한 사건 속에 놓여질 수도 있다. 연기자들이 종종 "저는 연기를 하는 게 좋아요. 극중 인물로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거든요. 한번 뿐인 인생에 여러 사람의 인생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일인 것 같아요." 라고 말하는 이유, 그것은 어쩌면 어린왕자가 기욤에게 해준 말의 의미와 맞닿아 있는 것은 아닐까? 바로 이 점이 책에 별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이유이다. 거창하고 뽐내는 듯한 말이 아닌, '그냥 순수하게 한 번 읽어봐'라고 권하고 싶은 그런 마음, 좋은 것을 함께 공유해보고 싶은 그런 마음. 그것이야말로 책을 진짜 좋아하는 이들의 공통된 관심사가 아닐까?

 

"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어보지도 않았어. 후회스러워. 그래서 내 인생이 바뀐 건 아닐까?"

라는 후회를 파파 할머니, 할아버지 때나 가서 하고 싶은가? 그런 후회를 하고 싶지 않다면, 소중한 책 한권 쯤은 만들어 두길 바란다. '인생'이라는 소박한 여행길에 "나만의 소중한 책"을 읽은 경험은 어린왕자가 살았던 사막에 가서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아름답고 순수한 기쁨이다. <도서관에서 생긴 일>의 작가 귀뒬(Gudule. 벨기에)는 어쩌면 청소년들이 이 신비로운 비밀을 알아주었으면 마음에서 이 책을 썼을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번역자의 이런 말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것은...

 

"인생을 바꿔놓을 책 한 권이 우리의 책장 어딘가에 꽂혀 있을지 모를 일이다. 어쩌면 <도서관에서 생긴 일>이 바로 그 책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