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 카모메 식당은 거창하지 않아서 좋다. 따스하고 정감어린 세 여자의 그 마음이 좋다. 나는 아직 영화로 <카모메 식당>을 보지는 못했지만, <해피해피 브래드>같은 류의 영화일꺼라고 생각한다. 분명 밝고 따스한, 그래서 인간미 넘치는 그리운 느낌일꺼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내게 "소설 <카모메 식당>은 어떤 느낌이었나요?"라고 하다면 "그리운 이의 따스한 품"같은 소설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따스한 무언가. 그리하여 어쩐지 잊혀진 것 같은 그 아스라한 느낌. 그 느낌이 이 소설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세 여자. 그녀들이 카모메 식당의 주인공이다. 아! 그리고 말 많은 핀란드 청년 토니도 있다.(그를 빼놓는다면 그가 아마 서운해 할 껄!) 책의 뒷날개에 쓰여 있는 설명을 잠시 빌리겠다.

1. 오니기리와 시나몬 롤로 손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비밀스러운 식당 주인 '사치에'

2. "눈을 감고 지도에서 아무 데나 짚은 게 핀란드였어요" 무계획 여행자 '미도리'

3. '부인 업고 달리기' 와 '맨손 기타 경연대히'에 반해 핀란드에 온 '마사코'

4. <독수리 오형제>에 집착하는 금발의 오타쿠 청년 '토미'

이렇게 세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주인공이다. 일본 소설 대개가 그렇듯 소설은 지극히 일상적인 주제를 다룬다. 누군가에게는 매일 매일 접하는 하얀 쌀밥처럼 '그냥, 그 자리에 늘 있는' 풍경일 수 있다. 그런데 누구나 그 집밥과 멀리 떨어져 있다보면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아~ 집밥이 그립다' 같은 감정일 것이다. <카모메 식당>의 이야기는 마치 그런 느낌이랄까? 무언가 지쳐있고, 허기진 사람에게 엄마의 토닥 토닥 같은 배려심 같은...

 

곰곰 생각해보니 그녀들의 평균 나이가 40에 육박한다. 나는 이제껏 평균 나이 40세의 저력(?)으로 이렇게 맘에 드는 소설을 발견한 적이 없다. 아니, 혹시 평균연력 70세 등의 파파 할머니,할아버지가 내 마음을 울리고 갈 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들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가장 그리운 소설중의 하나가 되지 않을까? 됐고, 됐고 그래서 카모메 식당이 어디가 어떻게 좋은 건데? 라고 물으면 나는 그저 미소를 짓는 일 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립고 아스라한 느낌은 말로는 설명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모든 일이 잘 풀릴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사치에. 그저 그 식당에서 오니기리 한 번 먹어봤으면 좋겠다. 그런 후에 "저... 저도 여기서 일 하면 안될까요?" 라고 묻는 것은 차후의 일이다. 마법 같은 힐링이 이루어 지는 곳. 우리는 어쩌면 그 곳을 너무나도 기다려 왔을지도 모른다.

아아, 갈매기야. 그곳에서 가만히 나를 기다려주렴.

(카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를 뜻하는 말입니다)

 

 

"화려하게 담지 않아도 좋아. 소박해도 좋으니

제대로 된 한 끼를 먹을 만한 가게를 만들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