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일본어공부를 '들어갈 때는 웃고, 나올 때는 운다'라고들 한다. 이는 우리와 문장 순서가 같고 같은 한자권에 속한 나라여서 시작은 쉬워보여도 어느 정도 수준이상이 되면 그 어려움에 혀를 내두른다는 것에 유래한 말이다. 그러니 이왕 하기로 맘먹은 일본어 ! 쉽고 재미있게 배워볼 순 없을까? <이치고의 일기>는 재미도 있고, 문법이나 표현 방식도 알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다.

 

나는 먼저 이 책을 가벼운 몸풀기 정도로 찾았다. 일단 내용이 재미있더라는 입소문을 들은 바가 있어서 재미는 보장 된 셈이었다. 물론 만화를 읽는 것만큼은 쉽지 않지만, 책 자체로는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여중 여고생들에게 일어나는 일상적인 주제를 담았으니 현실감도 있고 일기 형식을 띠고 있으니, 남의 일기 훔쳐 보는 맛도 쏠쏠하다. 물론 그것이 일본어로 쓰여 있다는 것이 단점일 수 있으나, 어차피 공부 목적으로 손에 잡은 책이니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책에는 일기를 담고 있는 본문 외에 문법에 대한 설명, 일본 문화에 대한 이해, 혼동하기 쉬운 언어에 대한 설명등을 추가적으로 담고 있다. 재미있는 본문을 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공부도 유도하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다가가기 쉽고, 다른 교재에 비해 재미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어찌보면 너무 유아적인 문체를 배울 수도 있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 이 책으로 공부를 할 때는 평서문으로 이루어진 표준적인 교재도 병행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평소 일본 드라마를 보다 보면, "뭐야. 이 사람들 평서문은 잘 쓰지 않잖아?'라고 느끼는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실제로 대화하는 자연스러운 장면에는 우리가 교재에서 배운 말이 그대로 쓰이지 않고 약간의 변형이 일어난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도 반말체를 많이 쓰고 있지 않은가? 자연스러운 언어. 그 접근법을 기대한다면 <이치고의 일기>는 좋은 교재가 될 것이다. 아울러 자주 들여다 본다면 입에 착착 감기는 것같은 효과도 볼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