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릴 때 나한테 카레 자주 만들어 줬잖아?"

엄마 왈, "미안하다. 귀찮았다!"

 

 

위의 대화는 내가 좋아하는 <마조 앤 새디> 만화에 나오는 대사이다. 어릴 땐 , 아니 내가 음식을 만들어 먹지 않을 땐 "우리 엄마는 카레를 잘 만드네?" 정도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커서 보니 "아, 저런 이유였군!" 하고 깨닫고 나니 슬쩍 동감이 된다. 그래서 나도 가끔씩 "아... 밑반찬 정도는 좀 사다 먹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몸도 마음도 나른해지는 어느 오후에는 나도 모르게 "아니면 나가서 먹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그것도 아니면 내게도 우렁각시가 하나 등장하는거다!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면? 하늘에서 밑반찬이라도 내려 주든지...하하.

 

비단 여성분들이 아닐지라도 "오늘은 뭘 먹지?'는 역사 이래 인류가 안고 있는 최다(最多)의 고민이 아닐까? 회사에서도 "김대리! 오늘은 뭘 먹으면 잘 먹었다고 소문이 날꺼 같나?" 혹은 "엄마! 오늘은 반찬이 뭐야?" (얘야, 그냥 있는 거 먹으면 된단다~^^;;자꾸 그러면 카레를 한 솥 끓여 놓는 수가....) 이런 대화들이 오간다. 그만큼 먹고 사는 일은 중요한 일이요, 벗어날 수 없는 고민이다. 나 또한 냉장고를 열었을 때 소스류나 물, 기타 부재료 등만 휑 하니 있으면 잠시 당황한다. 휴... 벌써 다 먹었구나! 그럼 이제 뭘 만들어 먹을까? 고민이 시작된다.

 

그리하여 나는 음식에 관한 책중에서도 "밑반찬 만들기" 같은 책에 관심이 많다. 특선요리는 말 그대로 특별한 날에 즐겨 먹는 것이므로 약간 비일상적인 음식이지만, 밑반찬이란 그야말로 에브리데이 필수 음식이기 때문이다. 입맛 돌게 하고 매콤 짭짤한 밑반찬 몇 개만 있으면 든든한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해서 이 책 <냉장고 밑반찬 - 한 번 만들면 한 달이 든든하다> 편을 손에 쥐게 되었다. 자! 그럼 한 달이 너끈하다는 밑반찬을 한 번 만들어 볼까나~~

 

첫 장을 펼치면, 알아두면 편리한 냉장고에 대한 상식들이 담겨져 있다. 식재료별 보관법, 아껴쓰는 법,양념장 공식,주방 도구들,반찬용기 고르는 법 등 실용적인 정보가 많은데, 나는 그 중에서도 전기세 아껴쓰는 법이 눈에 띄었다. 요컨대 그것은 잘 먹는 반찬들을 쟁반에 담아두고 쓰면 냉장고 문을 오래 열어두지 않을 수 있다는 방법이었다. 사실 냉장고 온도를 1도 올리는데 자그마치 15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 실로 유용한 정보가 아닐 수 없었다.

 

요리 부분으로 넘어가보면,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멸치 고추 볶음,무생채,깻잎찜,쇠고기장조림,야채피클" 등의 레시피가 담겨있다. 또한 분류를 <든든한 밑반찬>과 <한국식 인기반찬>으로 나누어 놓아 보다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하였다. 물론 요리책답게 전면 컬러 사진들이 수록되어 있어 반찬 만드는 상세 과정을 엿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핸디사이즈 라는 점에 있다. 요리에 따라 큰 사이즈의 책을 봐야 좋을 때도 있지만, 손쉽게 만드는 밑반찬이라는 취지에는 이 사이즈가 적당한 것 같다. 거기다 비싸지 않아서 부담이 덜 하달까~

 

냉장고는 나의 든든한 후원자다. 먹을 게 있으면 나는 든든하다. 거기다 가족들에게 먹일 게 있으면 나는 더 든든하다. 방금 지은 따뜻한 밥 한 그릇과 맛있는 반찬만 있으면 든든한 친구의 응원을 받은 것처럼 기운이 펄펄 날 것 같다. 자! 그럼 나도 "한 번 만들면 한 달이 든든하다"는 주제처럼 든든한 나의 친구를 뚝딱 하고 만들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