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나는 까다로운 아이였다. 입에 맞지 않는 음식은 일체 손을 안댔으며, 입도 짧아서 부모님이 바라는 만큼 맛있게 먹지도 않았다. 초등학교 때도 아프기 일쑤였는데, 그때마다 엄마는 부엌에서 딸각 딸각 소리를 내가며 무언가 만들곤 하셨다. 그것이 바로 소고기 스프였다. 당근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지만 소고기 스프에 들어간 당근은 잘도 먹었다. 이상하게 반 시제품인데도 불구하고 그 소고기 스프는 나에게 따스함으로 남아있다. 반정도 이미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하더라고 바빴던 엄마가 '나를 위해 뭔가를 만들고 계시구나'하고 직감으로 알아서 그랬던 것 같다. 역시 사랑이 들어간 음식은 혀의 미뢰보다 마음이 먼저 안다. 죽과 스프로 하루의 시작을 든든하게! 라는 모토를 가진 이 책<죽과 스프노트>를 읽고 있자니, 어릴 적 엄마가 끓여주던 죽이 더욱더 생각났다. 아... 그 때 엄마는 왜그리 맛있게 끓였을까^^

 

 

각설하고, 이 책 <죽과 스프노트>는 우리 몸에 여러가지로 유익한 영양소가 듬뿍 들어간 웰빙죽을 소개하고 있다. "바쁜 아침","저칼로리","영양듬뿍","특별한 맛" 이렇게 4가지 섹션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각 섹션마다 컬러사진과 적당한 설명이 들어있어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누구라도 쉽게 죽에 도전해 볼 수 있다. 물론 다소 어렵고 재료도 구하기 쉽지 않은게 포함되어 있겠지만, 나만의 특제 죽과 스프 레시피가 하나정도 있다면? 언젠가는 솜씨 발휘할 날이 있지 않겠는가! 책에서는 여러가지 요리의 기본이 되는 육수 만드는 법부터 각종 재료 손질법까지! 요리의 기초이지만, 나중에는 큰 뼈대가 되는 여러가지 정보들을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특히 육수 내는 법은 꼭 죽과 스프에 활용할 것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요리에 확대시켜볼 수 있으므로 주의깊게 읽게 되는 대목이었다. 또한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요새의 트렌드에 맞춘 "저칼로리" 영양죽 파트였다. 고구마나 토마토, 피망등을 활용한 여러가지 레시피들은 입맛을 당기기에도 충분한 요리들이었다. 언젠간 먹고 말리라! 훗-

 

 

어릴 적 꾀병 아닌 꾀병을 부리던 내게도, 정말로 아파서 물조차 넘기지 못했던 내게도...평범한 일상 속에 "죽과 스프'는 어쩌면 조금은 특별한 음식이 아닐까 싶다. 그만큼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지 않으면 뜨거운 불 앞에서 재료가 눋지 않도록 계속해서 휘휘 저을 수는 없는 노릇일테니까 말이다. 우리는 모두 엄마의 정성과 사랑을 먹고 자란다. 그런데 이제 다 자란 어른의 모습을 갖추었다. 그것이 비록 겉모습뿐일지라도. 그러니, 이제 우리가 누군가에게 정성과 사랑을 줄 차례이다. 나를 사랑으로 키워낸 엄마도 좋겠고, 그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던 아빠도 좋겠다. 뜨끈하게 잘 만들어진 한 그릇의 죽과 스프가 마법처럼 그분들의 마음을 데워줄 것이다. 아브라카다브라~! 말한대로 될지어다! 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