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리를 잘하지 못한다. 어쩌면 선천적으로(?)재능이 떨어진다고 믿고 살아왔다. 오히려 남동생이 나보고 "누난, 라면도 끓이지 말라"며 자기가 끓여다 바쳤다. 흠. 이쯤되면 나도 좀 심각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는 본격적으로 주부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매일 가공식품을 사다 먹을 수도 없는 일이고 실제로 이 일은 지루할 뿐더러 질리기도 하니 말이다. 그래서 자연히 요리 책에 관심이 가게 되었다. 배워야 뭐라도 해먹지 않겠나 라는 생각으로 의심반, 기대반으로 책들을 구해놓고 하나씩 차근히 읽어나가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두꺼운 책은 질려서 보지 않게 된다는 설을 은근히 믿게 되었다. 너무 크고 두꺼운 책은 나로 하여금 겁을 먹게 하였다. 그렇게 하나 둘 미니 잡지나 단행본에 대해 관심이 갔다.

 

사설이 길었던 것 같다.^^; 이 책 <2000 원으로 밥상 차리기>는 작지만 실속있는 책이다. 말 그대로 2000 원선에서 반찬을 만들어 보자는 건데, 사실 2000 원은 상징적인 의미이고 요사이의 물가를 감안할때 이것은 꿈의 숫자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분 나쁘지 않은 것은 최대한 이 제목의 의미에 맞추고자 했다는 점일 것이다. 또한  재료나 가격으로 기죽이는 것이 아닌 조금의 노력으로도 자주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담고 있다는 점이고, 책이 미니 사이즈이므로 거추장스럽지 않아서 간편하게 요리책을 보고자 할 때 유용하다. 전면컬러판인점도 플러스 점수.

게다가 미니책답지 않게 다양하게 섹션을 나누려고 노력한 부분도 좋았다. 사실 글씨가 좀 작을 뿐이지 일반적으로 나오는 왠만한 사이즈를 가진 책들에 비해 페이지수도 적지 않다. 페이지 수가 자그마치 140이니 말이다.

그런데 조금 눈에 거슬렸던 부분은 아무래도 특정 제품 홍보 사진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이정도 저렴한 가격에 책을 제공하고자 할 때는 협찬은 필수일 것이다. 더구나 책보다 더 비싼, 착한 사은품까지 증정하려면 정말이지 협찬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결과적으로 여러가지로 유용한 요리잡지를 하나 알게 되어서 반갑다. 부담스럽지 않은 크기에 중간 난이도 정도의 레시피들이 알차게 들어있는 <2000 원으로 밥상 차리기>...! 앞으로도 많이 애용하게 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