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할 수 없는 혼돈의 시대.

사춘기의 초입.

 

바로 중학교 1 학년 시절이다. 그 혼돈의 중심에 <내 인생 최악의 학교>의 주인공 레이프 카차도리안, 그리고 우리 주변에 흔히 있을 법한 우리의 중학생들의 모습이 여기,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사실 중학교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지만 내게 있어 중학교 시절은 따스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동시에 지독히도 외로웠던 것 같다. 그 나이즈음에 무슨 고독을 알았겠느냐만은 그 땐 내가 겪고 있는 그 감정들이 너무 버거워 내려놓을래야 내려놓을 수도 없을 것만 같았다. 그런 중학교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레이프 카차도리안! 소설은 독자인 나와 레이프가 마치 대화하듯이 시작된다. "헤이. 안녕. 난 레이프 카차도리안 이라고 해. 자, 이제 내가 학교에서 어떤 일을 벌일지 두고보라구~ 꽤 재미있을걸!" 하고.

 

온갖 학칙으로 가득찬, 그래서 저걸 지키느니 차라리 깨는 게 더 쉬울듯한 수많은 학칙 앞에서 레이프는 그 학칙을 깨기 위해 은밀한 게임 규칙을 만든다. 조금 더 어렵고 과격한 행동을 할수록 대량의 포인트를 얻을 수 있고, 누구든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는 금기사항을 고수하며, 슈퍼 마리오 게임처럼 게임 생명은 단 3번이 주어지는 그런 규칙말이다. 자~~ 이쯤되면 레이프가 어떤 일들을 벌일지 상상이 가능하겠는가!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넘나드는 기상천외하고 재기발랄한 레이프의 일탈행동! 하지만 난 레이프와의 대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레오라는 친구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레오... 이 레오는 대체 누구란 말인가?

레이프의 재기발랄한 행동, 어찌보면 악동인 그 행동들에게서 쏠쏠한 재미를 느끼다가 마지막 장에서 나는 그만 허를 찔려버렸다. 내내 의심의 인물이었던 '레오'의 실체가 드라마처럼 극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 역시 책의 말미에선 선물처럼 그동안 궁금했던 사실들이 밝혀지기 마련인가보다.

 

결과적으로 이 소설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학생들이 더욱 좋아할 만한 소설이다. 온갖 제약과 규칙들로 가득찬 철옹성 같은 학교제도 안에서 나를 대신해 내 또래의 누군가가 이렇게 종횡무진 맹활약(?)을 하고 있다는 것은 한줄기의 희망이요, 나를 대신해 용맹히 싸워주는 전사이기 때문이다. 아아, 레이프 카차도리안이여! 조금 더 저질러주길~

 

하지만 이 소설이 비단 재미만 주는 것은 아니다. 말썽꾸러기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레이프는 "이 게임에서 누구도 다치게 해서는 안된다" 라는 규정을 만들어 엄격히 지키고 있으며, 비록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하고자 게임을 하고는 있어도 자신이 사랑하는 엄마가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슬퍼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진심으로 마음 아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사고를 치지 않으면 되잖아?"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어찌하겠는가! 몸 따로, 마음 따로, 심지어는 얼굴에 난 여드름도 따로 따로인... 그 때는 자고로 영광스런 사춘기 아니겠는가! 

 

레이프 카차도리안은 미워할 수 없는 악동이다. 부디 레이프의 개성이 미술학교에서 여지없이 발휘되어 그의 꿈에 날개가 돋히기를 소망해본다. 그 레이프가 미래의 우리 청소년, 혹은 누군가의 사랑스런 자녀의 모습일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