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이 이런 글이 있다.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율미와 과거의 내가 만난 지점은 어디였을까" 라는.

단순히  작가가 이 글을 써내려 가면서의 감상을 적은 글일진데 이상하게도 가슴 한켠이 찌릿하다. 나는 요즘 청소년 문학을 읽으면서 과거의 청소년이었던 나와 현재의 나. 이 둘이 내가 지금 읽는 소설과 어느 부분에서 만났길래 이렇게 가슴으로 와닿는 걸까를 생각해보곤 한다. 지금 나? 혹시 어른 사춘기 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피식 하고 소금기 없는 웃음이 머물다 간다.

 

<독립 명랑 소녀>를 보면서 가난한 소녀의 꿈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생활이 가난하다고 마음까지 가난하지는 않다는 말은 어쩌면 다 자라고 난 어른들의 허울좋은 말일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는 말이다. 하지만 청소년기에는 결코 마음이 가난해서는 안된다. 그건 감히 자신한다. 가뜩이나 어른이 되면 점점 꿈이 없어지는데, 청소년기에 꿈마저 없다면 그 사람은 어쩌면 평생에 꿈을 가져본 시기가 없을지도 모른다. 이렇듯 꿈이란 끊임없이 위협당하고, 고통받는 삶 속에서도 삶을 지탱해주는 유일한 출구다. 그런 존재. 바로 그 때... 그 아름다운 시기가 바로 그때 이다. 그 시절을 지나고 있는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꿈꾼다는 건 그 자체가 서글픈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꿈마저 없는 삶은 얼마나 허무한가. 꿈이란 결코 패배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희망도 다르지 않다. 무참하게 짓밟히고 배반당하더라도 매달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없다. 언제나 그렇듯 길 위에서 서성일 뿐."                                       - P. 56 중에서 -

 

김혜정 작가의 <독립 명랑 소녀>는 뭉클하다. 마음 어딘가를 스치고 가는 감동이 있다는 말이다. 반푼이 같은 아들이 집을 나간 뒤로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옆 집 할머니와 새끼를 보호하고자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는 원숭이, 그리고 오디션에 나가 가수가 되는 꿈은 있되 어쩐지 한없이 고독한 차율미.  이렇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세 인물이 가난한 산동네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펼친다. 강한 척 하고 있지만 사실은 여리기만 한 우리네들의 초상을 머금고서.

 

결국 율미는 오디션에 나가지 못한다. 징글징글맞다고 차갑게 대하고는 있지만 옆 방 할머니의 차가운 주검 앞에서 율미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같은 시각, 오디션 현장에 나갈 수는 없다고 판단한다. 아름다운 소녀. 아름다운 선택. 나는 이 대목에서 율미의 꿈이 소멸해버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율미는 후회없는 선택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는 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게 되겠지...

 

이 책 <독립 명랑 소녀> 를 읽으면서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처한 환경은 무자비하고, 잔인하다고...그것은  부모의 혜택을 너무 받은 아이에게도, 부모의 헤택이 너무 없는 아이에게도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청소년기는 그 시기에 누려야 할 일정한 양의 슬픔이 있다. 그것을 간단히 지나오기는 쉽지 않지만, 그 시기를 부디 무사히 건너오기를 바란다.

우리는 저마다의 슬픈 환경 속에서도 독립 명랑을 유지할 권리가 있다. 명랑할 만한 근거나 요소가 없다고 해도 스스로 에너지를 만들어 명랑하게 산다는 신인류 "독립 명랑 소녀!" , 그 소녀 율미! 독립 명랑 소녀야! 너의 명랑하고도 유쾌한 에너지를 여기, 우리에게도 조금 나눠주지 않을래? ^^

 

독립 명랑 소녀! 차 율 미!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