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처음 가는 날.. 나는 어느 정도 낯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중학교에 올라간다는 것이 조금은 버거웠는지 나는 스트레스성 열꽃퍼짐이 있어서 며칠동안 학교에 갈 수가 없었던 거였다. 거기에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나는 월경이란 것에 대해 배우기는 했으나 내가 진짜 그, 렇, 게, 될, 거, 라, 고, 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졸업식날 바로 초경이 시작되어 가족들과 함께 갔던 뷔페에서 혼자 화장실을 들락날락하곤 했다. 그 때, 혼자인것 같은 엄청난 외로움과 세상을 뒤엎을 것 같은 엄청난 혼란함과 이제 난 어른인가 하는 묘한 두려움등 이루말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을 가졌던 것이 기억난다.

 

이금이 장편동화 <너도 하늘말나리야>를 보고 새삼 그때가 생각났다. 어린이도 아니고 청소년도 아닌, 어떤 것에 속하는 것이 진짜  나 인건지 알지 못했던 그때.. 그때가 바로 초등졸업, 중학입학 그때의 시간이 아닐까. <너도 하늘말나리야>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역시 그 시기의 아이들이다. 또한 미르, 소희, 바우 이렇게 세 주인공은 모두 사랑하는 이의 부재(不在)를 경험했다. 이혼을 했든, 설령 죽음이 부모자식간을 끊어놓았든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아이들에게 모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아이들에게 그 부재는 세상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건지도 몰랐다. 그래서 말을 잃고... 마음을 닫고 사는 걸지도 몰랐다.

 

이 세주인공이 서로의 상처를 알아가고, 보듬어 주기까지의 일상을 그린 성장소설. 바로 <너도 하늘말나리야>

500년 된 느티나무가 자신이 살아온 나이테만큼 웅숭깊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듯, 세 아이의 작은 가슴엔 혼자만의 이야기가 간직되어져 있다. 언젠가 어른이 되면... 엄마를 이해할수도, 아빠를 용서할수도, 아니, 바라는 모든 것을 다 이루고 살 수가 있을까? 서정성 있고 깊이 있는 글로 우리네 어린시절로 되돌아가게 하는 마법 같은 책! <너도 하늘말나이랴>. 수많은 이들의 가슴에 용서라는 이름이 사뿐히 내려앉을즈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되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마음을 조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 마음 속에 진주를 키우기로 했다. 사실 나는 진짜 진주를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인어공주의 금관에 장식하는 아름다운 보석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름다운 진주를 마음 속에 키우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부자가 된 것처럼 여겨졌다. 나는 이제 어떤 상처도 겁나지 않는다."

 

"나는 그 애가 부러웠다. 그 애가 자기 아빠를 용서할 수 없는 건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재혼했다는 엄마한테 그리움이나 원망, 그 어느 것도 없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여겼는데 미르를 보니까 그리움이나 원망은 동전의 앞과 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우를 봐도 그렇다. 바우를 자라게 하는건 바우가 추억하는 그 애의 엄마인 것 같다. 할머니도 먼 훗날 추억으로 남아 날 돌봐 주실까?"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