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뒤쪽에 있는 점원들은 컴퓨터로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어 계산할 때를 제외하고는 손님이 들어오든 나가든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여서 마음 편하게 구경할 수 있었다. 대체 몇 살이 되어야 노트와 펜을 보아도 가슴이 설레지 않고, 쓰지도 않을 수첩을 사지 않게 될까?

 

이 책 <내가 좋아하는 도쿄시간>의 저자 비사감과 소년장사의 글이다. 나는 이 글을 보고 완전 완전 동감했다. 나는 언제 어디를 가든 문구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예쁘게 디자인된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보면 엔돌핀이 마구 솟아난다. 이 때는 신용카드와 나를 최대한 멀리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름신, 그 분이 나를 잡아먹는 상태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도 아이티를 벗어나지 못한 어른들은  아기자기한 잡화에 눈을 뗄 수가 없기 마련이다. (물론 나를 포함하여) 그런 두 사람이 덜컥 일본으로 여행을 떠났다. 누가 봐도 이상해뵈는 큰 가방 두개를 짊어지고서... 그리고 탄생한 책이 바로 <내가 좋아하는 도쿄시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도쿄시간>은 어쩌면 여행 에세이 같기도 하다. 또 가끔은 여행 가이드북 같기도 하고, 가끔은 엉뚱한 소녀들의 쇼핑 기록장 같기도 하다. 정체를 구분짓지 않아도 충분히 편안할 만큼 두 소녀의 일본 탐방기는 귀엽기만 하다. 향긋한 입욕제와 싱그러운 허브 티에 열광하는 싱그러운 청춘을 닮았다. 게다가 일본으로 자유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중이라면, 다른 어떤 책보다 가볍고 산뜻하게 읽을 수 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엔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느라 지치게 되는데 이럴 때 <내가 좋아하는 도쿄시간>은 피로를 푸는 데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나를 데려가세요" 하고 진열되있는 아이들을 데려와야만 하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이라면 비추다. 자칫하다간 여행경비를 쇼핑하는 데 다 써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 (비사감과 소년장사 두 작가도 스스로를 "문구 집착형"이라고 고백했다)

 

책 안으로 들어가보면 도쿄에 관한 재미있는 가게들로 가득차있다. 낯선 땅에서의 향긋한 커피숍도 있고,뜨끈한 국물이 좋았던 3월의 오차즈케도 있고, 달콤한 팬케이크 가게도 있다. 어디를 가든 아기자기하여 더욱 매력적인 도쿄. 그 안에서 보낸 며칠들이 꿈처럼 자리잡은 책 . 바로 <내가 좋아하는 도쿄시간>이다.

 

보기만 해도 너무 귀여운 잡화들.. 하지만 이 책에 잡화들 쇼핑만 가득한 건 아니다. 독자들이 실제로 도쿄에 여행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각 가게들의 약도와 오픈 시간, 팔고있는 물건들 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본 책 이외에도 여행할 때 짐이 될 것을 고려하여 작은 핸드북 약도가 별책부록으로 수록되어 있으니 이것 또한 센스 만점, 활용 백배다. 언젠가 한번쯤 가까운 나라 일본으로 맘 맞는 이와의 자유여행을 꿈꾼다면 꼭 한번 읽고 가야할 필독서가 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