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M&B에서 출판된 시리즈 물, 바로 <100인의 인테리어>시리즈다. 각기 다양한 공간에 대한 본격 인테리어 책으로써 말 그대로 다양한 인테리어를 다루고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그중에서도 "주방" 편이었다. 거실과 더불어 가족들의 이야기가 숨쉬는 곳, 지친 하루의 끝에 서로 모여 정다운 식사를 하는 곳, 바로 주방이다.

 

어떤 학자가 최근 주방의 퇴화에 대해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현대인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습관상 직접 조리를 해서 먹는 음식문화가 점차 퇴보할 것이며, 따라서 주방이라는 것이 아주 작은 공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어쩔 수 없이 동감인 부분이 있는 말이었지만, 나는 동감이라는 느낌보다도 어쩐지 서글퍼했던 것 같다. 가족 뿐 아니라 손님이 모여 즐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 정성스레 준비한 소담한 음식들을 같이 나눌 수 있는 대표적인 공간... 바로 그런 주방의 기능이 작아질 거라니, 가끔은 요리하는 걸 귀찮아 하는 나임에도 너무나 허전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책 속에 가득한 여러 집의 주방 사진들을 보면서 그래도 아직은 주방의 기능이 살아있다고 느껴져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리모델링 했든, 그 옛날 시골집 같은 올드함이 묻어있든 곰살스런 안주인이 따뜻한 밥 손수 지어내는 주방은 어쩌면 사랑이 피어나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힘든 하루의 끝에 집에 들어오면 늘 엄마가 "밥 먹어야지?" 하며 찌개가 올려진 가스불부터 켜곤 하시던 그 주방. 고3무렵 공부하다가 달그락달그락 거리며 라면을 끓여 호호 불어먹던 그 식탁. 조명이 이쁘다고 부산을 떨며 유리잔에 포도주스를 따라 포도주인척 우아하게 마셔보는 시늉을 했던 그 조명 아래... 책의 사진들 곳곳에서 우리네 일상이 보였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조금 크다 하는 집을 내가 디자인하여 짓게 되면 나는 주방을 아주 크게 할 생각이다. 또 아주 아름답게 꾸며 저절로 주방에 오면 행복해지게끔 하고 싶다. 시간이 지날수록 각박해지는 사회 속에서 우리 가족이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행복해할 공간에 대해 고마운 차원에서라도 나는 주방이라는 공간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공간으로 꾸며주고 싶다. 그래서 인테리어 서적중에서도 주방에 관한 책이 있으면 마냥 반갑고 설레인다. 이 책 역시 나에게 설레임을 주었던 책으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