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보다 그녀의 문체가 마음에 든다. 유쾌한 모습과 동시에 신랄하기도 하고, 딱딱해보이지만 그게 오히려 시니컬하다. 무언가, 중성적이고 도도한 매력을 가진 어떤 누군가가 툭- 하고 내뱉는 듯 하지만 그것은 결국 트리플 A형 스타일의 섬세함과 관찰력을 함께 갖추고 있는 양면적인 느낌이랄까.  발랄하게 통통튀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고 그러면서 때론 소재에 대한 무거운 의미도 나타낼 줄 아는.

여튼 과장된 표현보다는 김애란 작가의 글을 한 번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짜릿하고도 강렬한 이야기꾼 앞에 혀를 내두르게 되리라.

 

이 책 <달려라, 아비>는 총 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동명의 단편소설 "달려라,아비"부터 "나는 편의점에 간다","스카이 콩콩","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영원한 화자","사랑의 인사","누가 해변에서 함부로 불꽃놀이를 하는가","종이 물고기","노크하지 않는 집" 이렇게 총 9편이다. 각각 주인공이 필연적으로 가질 수 밖에 없었던 고독함을 다루고 있다. 서로가 너무 철저하게 개별화 되어서 고독조차 더욱 고독스러운 그런 이야기들 속에 그녀만의 문체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현대를 살아가는 이라면 누구나 느꼈을 법한 고독이 뛰어나게 표현되어 있다. 

 

특히 나는 이 9편의 단편중에 "나는 편의점에 간다" 와 "노크하지 않는 집" 이 인상적이었다. 먼저 "편의점에 간다"는 편의점의 의미를 소설적인 시각과 심리학적 시각에서 덤덤하고도 실제감 있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정형화된 타인에게는 자신의 모습이 알려지기 두려워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나 알죠?" 라고 말하게 되는 심리의 묘사가 탁월했다. 그리고 "노크하지 않는 집"은 흔히 말하는 고시촌에서의 삶으로써, 직접대화가 아닌 포스트 잇으로 대변되는" 남과 섞이지 않기 전법"이 잘 나타나 있다. 물건이 하나둘씩 없어지자 주인공이 다섯개의 방을 다 열어보았을 때 모든 방이 구조나 가구까지 다 똑같더라는 그 서술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바쁘게 살자, 지금을 희생함으로써 미래는 밝아진다 식의 사고방식에 맞출 수 밖에 없는 대학생, 취업 준비생들의 삶의 모습이 환상적인 어떤 무엇과 결합되어 (그러나 현실적인 거리를 놓치지도 않게, 그것은 적당히 소설스러운) 너무나도 확,실,히 다가왔다.

 

김애란 작가는 내 생각에 "기대주"이다. 그것도 대단한,

그녀의 다음글이 몹시 기다려진다. 또한 힘내시길 바란다. 응원하는 이가 아마도 아주 많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