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 에쿠니 가오리 신작 한낮인데 어두운 방
안녕하세요, 다다예요.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육아서를 중심으로 당장 필요해서 읽는 실용서가 대부분이었는데,
정말 얼마만인건지도 모르게 소설책을 읽었답니다.
에쿠니 가오리가 신장을 냈더라구요.
한낮인데 어두운 방
결혼전에 한 이년쯤인가 일본문학에 빠져 있었어요.
추리소설을 시작으로 작가별로 주루루룩 책을 읽어내려갔는데 한국에서도 인기있는 에쿠니 가오리 역시
정주행으로 찾아읽던 작가중 한명이었답니다.
에쿠니 가오리 저 / 신유희 역 / 2013.06.25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언제나 비오는 한여름같죠.
뭔가 끈적끈적하면서도,
누구나에게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을것 같은 결핍과 상처를 지닌 순수한 등장인물들은
놀랍도록 책속으로 독자를 몰입시키는 매력이 있어요.
이번 신작 한낮인데 어두운 방 역시... 장마가 한참인 요즘, 한여름에 일기 좋은 책이었답니다.
"일본어로, 아내를 집사람이라고도 하는 거, 혹시 아세요?"
(한낮인데 어두운 방 P31)
이 책의 주인공은 좋은 시댁, 번듯한 집, 든든한 남편 속에 사는 - 전혀 부족할 것 없어보이는 - 미야꼬 씨와
일본에 머물고 있는 -바람같이 자유로운, 메이기 싫어하는 -별거중인 외국인 시간강사 존스씨의
이를테면... 불륜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미야꼬씨와 존스씨는 이웃주민으로 존스씨는 부족할 것 없이 사는 미야꼬씨를 새 장안의 작은 새로 느낍니다.
그는 그녀가 느끼기 전부터 그녀, 작은새 같은 미야꼬씨를 마음에 품고 있었지요.
존스씨의 제의로 시작된 미야꼬씨와 존스씨의 필드워크.
정적인 미야꼬씨는 존스씨와의 필드워크를 하면서 또다른 자기자신을, 또따른 그녀의 세계를 발견하게 된답니다.
그녀 스스로는 떳떳한 관계임을 나타내기 위해서 주민들이 많이 다니는 길로 존스씨와 필드워크를 다니고,
그녀 안의 주인같은 남편, 히로시에게 하루하루의 이야기를 하지만
히로시는 언제나 그자리에 정물화처럼 있는 미야꼬씨의 이야기는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게 되지요.
하지만, 히로시씨는 미야꼬씨와 존스씨의 관계를 수상히 여기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미야꼬씨에게 화를 내게 되지요.
미야꼬씨가 매일같이 이야기 해주던,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아서 몰랐던 이야기들에 히로시는 화를 내고,
히로시는 미야꼬가 있는 집이 얼마나 따뜻한 공간이었는지를,
미야꼬씨는 자기자신이 새장안의 새였다는 것을 느끼게 되지요.
그래서 불륜은 아니라고 지키고 싶던 것들을 허물고 히로시와는 헤어지게 됩니다.
이혼 수 미야꼬씨와 별거중인 존스씨가 행복했더라... 하면 사실 말이 안되겠죠.
존스씨 눈엔 더이상 미야꼬씨가 작은새로 보이지 않는, 어찌보면 나쁜남자의 인생을 남기고 책은 마침표를 찍습니다.
하지만,
다다는 이 책속에서 가장 행복해진 사람은 미야꼬씨가 아닐까 싶었답니다.
말 그대로 그녀는 세상 밖으로 나왔으니까요.
조금 더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능동적인 그런 사람이 되어 앞으로를 살아갈테니까요.
한낮인데 어두운 방을 읽은지는 꽤 되었답니다.
그런데 다 읽은 후의 잔상이 오래남아.. 이제야 서평을 올리게 되었네요.
이 책을 불륜에 대한 소설로 치부하시는 분들이 많으신 것 같은데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집사람에서 세상밖으로 나온 미야꼬씨
사실, 그녀에게도 존스씨와의 감정이 계기가 되었을뿐 그것이 목적이진 않았던것 같으니까요.
"이것 봐, 역시 난 세상 밖으로 나와버렸어. "
한낮인데 어두운 방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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