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승리자들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슬프다.

패배자들은 악이되고, 야만이된다.

 

80년대 후반만 해도 카우보이와 인디언, 기병대와 같은 서부영화가 많이 나왔다.

서부영화의 황혼기가 나의 유년시절에 걸쳐 있었다.

 

멋진부츠에 모자, 그리고 멋들어진 권총을 빙글빙글 돌려 권총집에 집어넣는 카우보이나

말쑥한 제복에 기병도를 들고 일사불란하게 돌진하는 기병대들,

요세에서 마지막까지 명령에 따르며 침착하게 임무를 수행하는 병사들은

나와같은 시대에 유년을 보낸, 혹은 그 이전 10여 유년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은 때론 거칠지만 대게 예의있고, 의리를 알고,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말하자면 '우리편' 그리고 정의였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단골로 서는것이 바로 인디언들이었다.

 

미개하고,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악마들의 모습.

인디언들이 손으로 입을 두드리며 내는 소리는 악마의 습격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리고 이 책은 그때의 기억을 부끄럽게 만든다.

 

'나를 운디드니에 묻어주오' 라는 책은 한마디로 인디언 멸망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드물게 약자의 입장에서 쓰여진 멸망사이다.

그렇기에 그동안 우리가 많이 접해왔던 승자의 위치에서는 보이지 않는

패배한 집단의 모습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더욱이 역사와 문화마저 능욕당한 슬픔이 느껴진다.

우리도... 45년간 능욕당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해방되지 않았다면

한민족도 인디언과 같은 처지가 되진 않았을까?

 

승자에 의해 만들어진 미개하고, 야만적이고, 폭력적인 그들의 모습을

우리는 특히 봐 둘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각하자.

정복인지, 침략인지...

점령인지, 강점인지...

무역인지, 약탈인지...

지금도 승자의 역사가 계속 쓰여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산은 하늘을 보며 오르진 못한다.

땅을 내려다보며 걸어야 넘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정상에 올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