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터가 먼 병자년의 겨울을 흔들어 깨워, 나는 세계악에 짓밟히는 내 약소한 조국의 운명 앞에 무참하였다. 그 갇힌 성 안에서는 삶과 죽음, 절망과 희망이 한 덩어리로 엉켜 있었고, 치욕과 자존은 다르지 않았다. 말로써 정의를 다툴 수 없고, 글로써 세상을 읽을 수 없으며, 살아 있는 동안의 몸으로써 돌이킬 수 없는 시간들을 다 받아 내지 못할진대, 땅으로 뻗은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으리.

                                                                                                                                          -  작가의 말  -

김훈 선생님의 소설 3부작 중 하나인 남한산성을 접했다. 이미 김훈 선생님의 작품은 현의 노래를 통해 한번 만났었는데 그때도 느꼈지만 워낙에 문장이나 단어들이 어려워서 고생을 했었는데 이번 작품역시 한문과 역사에 무지한 나로써는 좀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도 친절하게 어렵거나 생소한 단어들에 대해서 책의 마지막에 설명을 달아 주어서 어느정도 이해는 되었다. 흔히 남한산성하면 한번씩은 들어봤거나 가봤거나 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 남한산성이 왜그리 알려졌는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극히 적으리라. 나역시 이 책을 통해서 남한산성이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되었다. 책을 중간이상 계속 읽어가면서도 왜 대체 제목이 남한산성인가 계속 생각했다. 차츰 내용을 이해해갈 무렵 벌써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랐다.

이 김훈 선생님의 남한산성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지만 옛 조선시대 여진족인 청나라가 우리나라를 침범해와 당시 왕이었던 인조가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다 결국 남한산성까지 쫓겨 내려와 끈질기게 항복하지 않고 버티다가 결국에는 청나라의 왕이라 할수있는 칸이 오자 어쩔수 없이 항복을 하고 청의 속국이 된다는 아픈 역사를 알게 되었다. 이때 왕자들은 강화도로 대피하였는데 청나라 병사들이 강화도 까지 쳐들어가 왕자와 궁녀들을 모두 퇴치해버리는 병자호란 까지도 알게 되었다. 김훈 선생님은 이 책을 통하여 한 나라의 국왕이 산성안에 갇혀서 청의 대군에 대항하여 버티고 버티는 삶과 죽음 사이의 경계를 잘 묘사하고있다. 특히 당시는 한겨울이라 매우 추웠다고 나와 있는데 얼마나 추운지는 글을 보고 상상만 해도 끔찍할 정도인 듯 하다. 요즘은 대기가 온난화다 뭐다 해서 한겨울에도 기온이 그리 많이 내려가지는 않지만 옛날 조선시대는 과연 얼마나 추웠을까 생각만해도 손발이 얼어 붙는 듯 하다.

이제 김훈선생님의 소설 3부작 중 칼의 노래만이 남았는데, 이건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라 대단히 기대가 된다. 하지만 또 얼마나 어려운 문장으로 묘사를 하셨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그래도 이순신장군에 대한 이야기라니.... 빨리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