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물꾸물 거리던 날씨가 결국 비를 토해내고 있다. 요즘 나는 미친듯이 유튜브를 검색하면서 노래를 듣고 있는 중이다. 책은 저만치 팽개쳐두고, 일하는 틈틈이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듣는 틈틈이 일하고 있는 중이다.
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이라는 제목을 일차원적으로 생각하면 정신나간 짓으로 치부해버리겠지만 저자의 이야기처럼 무인도에 갖고 가고 싶은 것이라는 것은 그만큼의 결연하고 진지하고 철학적인 생각과 느낌으로 자신에게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의미이니, 그만큼 내게 소중한 음악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있으면 듣는것이 음악이고, 없으면 그대로 고요하고 적막한 무음의 세계를 즐기는 나로서는 딱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면서 골라낼 음악이 없다. 좋아하는 음악이 뭐냐고 물으면 한참을 생각해봐야 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인가 이 책에 실려있는 노래들을 하나하나 찾아 들으면서 예전에 하루종일 듣고도 질리지 않았던 앨범에 대한 그리움의 시간도 떠오르고, 키스 자렛 앨범은 구입하려고 할때마다 품절이라 내가 결국 구입을 했는지 못했는지도 헷갈리기 시작하고, 집 한구석에 처박혀 있던 엘피판에서 봤던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알게 되는 발견의 시간이 시작되었고... 이 책은 내게 그런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음악산책의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음악에 대한 취향과 추억은 누구나 다 다를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중｀가요, ｀파퓰러｀뮤직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그럼에도 동시대를 살아간 이들에게는 비슷한 추억과 음악에 대한 그리움이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이들에게 이 책은 같은 느낌과 추억을 떠올리는 그리움의 시간이 되었을 것이고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옛음악들을 전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을 접할 수 있는 음악의 보물창고를 발견한 것 같은 즐거움의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얼마전 TV에서 서태지의 음악을 들으면서도 옆자리의 서태지를 알아보지 못하는 신세대 소녀를 보여주는 광고가 떴었는데 그처럼 음악은 시대를 넘어 모두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이 된다.

사실 나도 그렇게 음악에 대한 깊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릴때는 집에 있는 노래테잎만 줄창 듣다보니 가요가 아닌 팝송만 즐겨 들었었고, 친구들은 모르는 노래를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더구나 조금은 편집증적인 면모도 갖고 있어서 노래 한곡이 좋으면 그와 관련된 또 다른 노래를 찾아듣고 앨범을 찾고... 그러다보니 곁다리로 조금씩 듣게 된 음악의 범위가 넓어지고 추천하는 음악을 듣고보니 꽤 유명한 명반인것을 알게 되고... 그것이 나의 음악적 소양의 전부이다. 중학생때였던가, 한대수의 노래가 너무 좋아 친구들을 집에 불러놓고 음악을 들려줬다가 완전히 이상한 애가 되어버린 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혼자만 듣는 버릇이 생겼다. 누군가에게 음악추천은 많이 받지만 내가 좋아하는 걸 추천하는 건 망설여지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친구들에게 음반 선물을 해 주는 건 나 혼자만 듣기에는 너무나 안타깝게도 좋은 노래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미 내가 즐겨 듣던 음악 이야기는 맞장구를 치며, 새로운 음악은 찾아 들어보고 괜찮은데? 라는 추임새도 넣으며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책 한권을 훌쩍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은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가족이 그리울 때, 친구가 생각날 때, 연인의 손을 잡고 싶을 때, 고독을 즐기고 싶을 때라는 분위기에 맞는 추천 음반 열장씩을 묶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최고 장점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구하기 힘든 앨범은 제외하였고 클래식과 월드뮤직 아트록 등의 장르도 피했다는 것이다. 사실 최고의 명반이라고 소개된 책을 읽고난 후 속는셈치고 한번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음반가게로 직행해 앨범을 찾아보지만 구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그 씁쓸함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명반으로 알려진 음반만을 소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레드 재플린의 음반도 그랬고, 빌 에반스의 추천음반도 모두가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음반으로 소개를 하고 있다. 강렬함만 있을 것 같은 라디오헤드가 얼마나 착한 그룹인지 보여주는 일화도 재미있었다. 유투의 보노가 환경을 위해 어떤 활동들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지만 라디오헤드에 대해서는 처음 알게 된 것이라 더 그랬는지 모르지만 오로지 음악에 대한 이야기만이 아니라 그 음악을 하는 밴드와 가수들에 대한 관심도 갖게 해 음악과 에세이를 읽는 재미도 있다.

이 책은 무인도에 떨어져도 음악? 이라는 다소 쌩뚱맞은 물음으로 시작해 첫장을 넘기게 되지만 다 읽고 난 후에는 꽤 근사한 추억여행의 시간을 보내고 이제 또 다른 추억의 음악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되는 설레임을 갖게 되는 즐거움을 전해준다. 하나의 음악은 또 다른 음악을 끌어오는 마력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