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출근준비를 하면서 그냥 흘려듣던 해외토픽 뉴스에서 대범한 절도범에 대한 소식이 들려 관심이 동했다. 그 절도범은 한낮에 피카소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갤러리에 들어가 피카소의 작품을 그대로 손에 들고 거리로 나와 유유히 사라졌다. 하지만 작품을 손에 들고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이 갤러리 근처 식당의 cctv에 찍혀 범행 후 바로 잡혔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엔 그 바보같은 절도범의 이야기를 웃어넘기는 에피소드로 생각하고 말았는데, 어쩐지 뒤팽의 도둑맞은 편지 이야기처럼 그렇게 대놓고 자신이 구입한 작품처럼 손에 들고 갤러리를 나온 사람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 절도범이 꽤 영리한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절도은 절도범인 것이다. 모나리자를 훔쳐 달아난 박물관 내부 직원 비네첸조 페루지아는 우피치 미술관에 판매를 하려다 결국 잡히게 되었고, 모나리자를 고향 이탈리아에 되돌려주기 위하여 벌인 애국적인 행동이라고 주장했지만 그의 최종 목적은 명성높은 모나리자를 팔아 수백만달러를 벌어보겠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예술품 절도범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는 '예술'이 갖고 있는 낭만과 관대함이 넘쳐 흘러 중대 범죄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수는 없을 것 같다. 철통같은 보안과 경비가 유지되는 유명 박물관의 미술품 도난 사건은 중대범죄라기보다는 그 범행의 대담함과 치밀한 계획에 감탄만 했었다는 것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아니, 뭐 그것이 내 느낌일뿐이라면 할말은 없지만 소식을 전하는 매체들의 뉘앙스 자체도 흉악범죄 소식과는 달랐으니. 아무튼 그렇게 사라져간 예술품들이 어느 날 갑자기 지면위로 떠올라 다시 우리 모두가 관람할 수 있는 박물관으로 되돌아 가게 되었다는 소식도 들리곤 하는데 그때 역시 어떻게 해서 예술품들을 찾게 되었나보다는 도난 과정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건 수사과정의 비밀보장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예술품 도난 과정이 훨씬 더 흥미롭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라진 그림들은 어떻게 다시 돌아올 수 있었을까? 이 책은 FBI의 전설적인 예술품 범죄 전문 요원이 직접 들려주는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범죄, 예술품 범죄에 관한 이야기이다. FBI 최고의 요원이었던 저자가 20년 동안 FBI에서 실제로 경험한 예술품 수사 이야기를 마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재현해 냈다.
수사원들과 협조자들의 안전보장과 수사의 비밀유지를 위해 아주 세세한 부분들까지 알려주고 있지는 않지만, 위대한 인류의 유산인 골동품과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지켜내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작전을 수행하는 이들의 모습을 느낄 수는 있었다.
모든 일이 다 잘 해결되기는 했지만 조직과 관료체제의 문제점과 자신들의 업적이나 안전만을 우선순위로 놓은 이들로 인해 지금도 수많은 예술품들이 어느 갱단이나 절도범들의 지하 창고에서 손상되기도 하고 폐품처럼 묵혀져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씁쓸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