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구호나 설교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 성찰과 설득으로 바뀌는 것이며, 자신의 이념과 정책의 올바름은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을 것이다"(286)

그의 말처럼 그가 쓴 이 책에는 구호나 설교가 담겨있는 것이 아니라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세상을 바로 바라보고 푸르른 생명의 빛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선험자의 성찰과 조언이 담겨있다.
총 8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치,사회,경제뿐 아니라 인권, 통일, 법개정, 여성, 민주화에 대한 진보적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아니, 사실... 책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책을 읽고 느낀것을 솔직담백하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이 책의 서평이리라. 책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건 아니잖은가.

거꾸로 올라가서 나는 이 책을 다 읽을즈음에야 깨달은 것이 있었다. 역사의 현장 어느 한켠에 조국 교수가 있었던 것처럼, 90년대의 어느 역사의 현장에는 나도 있었겠구나..라는 것.
그리 멀지 않은 우리 사회의 역사는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니 뭔가 마음이 뭉클해지더라.
그리고 뉴스의 한꼭지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을텐데도, 17대 총선에서 박종철열사의 아버지는 정형근의 낙선운동을 하시다가 선거운동원들에게 폭행을 당했고 87년당시 박종철열사가 죽음으로 지켜줬던 선배 박종운은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를 했었고... 새삼 이런 글을 읽으면 마음이 울컥해지고 내 몸의 어딘가 막혀버린 듯 답답해진다. 역사의 현재형은 이러한 아이러니함으로 가득하여 나를 짓누르고 있다는 느낌에 마구 울적해져버렸다.
하지만 이것이 끝은 아니지 않은가. 슬픈 현실속에서도 결국 정의가 승리하고 진보의 한걸음은 내딛게 되는 것이다.

현대 정치사를 이야기하는 책을 읽다보면 대개는 '이때 만일' 하는 마음이 마구 치솟곤 한다. 그리고 솔직히 그리 오래지 않은 그때의 역사가 현재 우리의 정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달으면서 마음이 씁쓸해지곤 했었다. 그런데 이 책 '성찰하는 진보'를 읽다보면 뭔가 좀 다른 느낌이 든다.
어쩌면 동시대적인 변혁의 시간에 대한 공감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가 꿈을 꾸고 있는 돈키호테처럼 꿈이 현실이 되는 날을 기다리며 일상이 삶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으로 '성찰하는 진보'에 대해 이야기했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수수구세력이 날뛰고 우리의 삶이 더 피폐해져 갈지도 모르지만 성찰하는 진보의 끈을 놓지 않는다면 우리가 꾸는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그의 이야기처럼 사회구조를 바꾸고 대중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진보는 자신의 비전, 정책, 한계 등에 대해 '성찰'을 해야하며 그러할 때 진보의 가치가 우리 모두의 삶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가 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라. 진보의 꿈을 믿으며, 진보와 성찰의 길에 함께 뚜벅뚜벅 걸어가자.
그 길의 끝에는 희망이 있으며 푸르른 생명의 황금빛 나무가 있으리라. 선배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앞당겨 온 것처럼, 이제 우리가 우리의 후손에게 희망의 삶을 보여 줄 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