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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메이슨이라는 조직에 대해서는 아주 오래전에 얼핏 들어본적이 있다. 하지만 비밀결사체라느니 이단조직이라느니 신비주의에 둘러싸인 분위기때문에 나는 그것이 중세에 결성되고 사라진 이단의 한 부류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성당에서 프리메이슨에 대한 강의를 한다고 해서 갔었는데 그때 역시 장난으로만 받아들이고 말았던 기억이 있다.
가톨릭에서는 그들을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강조가 지나치다보니 그때 강의를 했던 분의 이야기가 오히려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었다. 정통이라는 명목하에 보수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난 가톨릭교리에 대해서는 우선 프리메이슨임을 의심해야한다는 주장은 바로 나 자신도 프리메이슨임을 의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나 마찬가지라고 느꼈기때문이다. 나만 그런 느낌을 가진 것이 아니라 같이 강의를 들었던 대다수가 프리메이슨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보다는 우리 모두가 프리메이슨 단원같지 않냐?라는 농담으로 그때의 강의를 우습게 알고 넘겨버렸기 때문에 나는 여전히 프리메이슨이라는 단체가 현실감있게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나의 생각이 얼마나 가볍고 신중하지 못한 것이었는가를 깨닫게 해주고 있다.

처음 '프리메이슨'이라는 책을 봤을 때는 단순한 호기심과 가톨릭에서 이단시하는 비밀결사체의 세력이 어떻길래 지금도 여전히 프리메이슨이라는 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지 궁금했다. 물론 이 책에는 일반적이라고 할수있는 이야기들만 언급되어 있는 듯 하고 내가 알고 싶은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어렴풋이나마 프리메이슨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실 이 책만 읽고서는 뭔가 뚜렷한 감이 오지 않아 선뜻 말하기가 힘들지만 어쨌거나 전체적인 흐름으로 책을 다 읽고 난 후 느낀 것은 가톨릭에서 이단시하는 것은 - 그러니까 종교적인 측면으로 봤을 때 뉴에이지와 비슷한 성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프리메이슨과 뉴에이지는 전혀 다르다는 건 알고 있지만)

지금 구체적으로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는 않다. 프리메이슨의 기원이라든가 그들의 조직체계, 영향력 같은 내용이 책에는 방대한 자료를 정리하여 알기 쉽게 잘 정리되어있는 것은 사실이다(종교적인 의식이라든가 그리스도교의 교리에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리 구체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지만). 프리메이슨 조직의 역사와 현재 체계를 익힐 필요는 없겠지. 하지만 과거의 프리메이슨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가톨릭신자로서의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미국의 많은 대통령이 프리메이슨 회원이었고,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경제권을 쥐고 세계 정치를 움직이는 대다수가 프리메이슨 회원이라는 것이 어쩌면 사실일수도 있고 (몇년전의 그 강의를 들을때까지만 해도 이런 얘기에 코웃음을 쳤던 나였지만 이제 조금씩 나의 경솔함이 드러나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는 확신이 생기고 있다.

형제애를 강조하고, 신의를 지키며 미덕을 행하고 고결함을 지키는 것이 프리메이슨의 규약이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조직을 지키며 조직의 세력 확장을 위해 오로지 프리메이슨만을 위한 행동지침을 보여주는 듯 해 그들의 결집력과 맹목적인 추종이 무서운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종교적으로만 이단시해서 넘기기에는 뭔가 찜찜한 느낌이다. 현재 세계의 정치, 경제 흐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힘의 세력을 경계해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기고 있는 것은 내가 너무 그들의 세력을 확대시켜버리고 있기 때문인가? 과연 진실은 무엇인지... 여전히 의문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