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미나토 가나에의 글은 실망스럽다, 라는 누군가의 글에 혼자 고개를 갸웃거린적이 있었다. 문학 역시 각자의 취향이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글에서 느껴지는 것은 기대했던 방향의 글이 아니어서 실망스럽다는 것이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들은 장르소설로 분류가 되고 있는데 정교한 트릭이나 반전을 기대하기에는 어딘가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그런 부분에서 실망스럽다는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러한 것과는 상관없이 나는 미나토 가나에의 작품들이 좋다. 일상에서 살짝 비틀린 사건이 하나 툭 던져지듯 일어나고 그것에서부터 자그마한 문제제기가 시작되고 글을 읽는 내내 그에 대한 생각을 거듭하면서 이야기는 때로 그 흔한 예상을 뒤집어버리기도 하고, 때로는 그 흔한 예상을 뛰어남어 더 깊이 있는 생각을 요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성,이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어머니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에게 조건없는 사랑을 주었던 어머니와 자신이 조건없이 사랑을 주어야 할 딸이 동시에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아할까? 언젠가 이런 식의 물음은 그 물음자체가 윤리적으로 어긋난 질문이므로 대답을 할수가 없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농담삼아 들은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렇게 웃어 넘길 수 있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선택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야기는 한토막 기사로부터 시작된다. 다세대 주택에서 한 여고생이 떨어진 채 발견되었는데 사고인지 자살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여고생의 어머니가 ｀금지옥엽으로 키운 ｀금지옥엽으로 키운 딸이 이렇게 된 것이 믿을 수 없다｀ 라는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를 시작으로 엄마의 고백과 딸의 회상이 교차되어 이야기를 끌어간다. 그리고 중간에 끼어있는 모성 이야기. 이야기가 진행되어 갈수록 ｀진실｀이 무엇인지에 다가서게 되고, 그것은 결국 ｀모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나 자신이 먼저 생각해보게 만들고있다.

엄마와 딸이 서로에 대해 더 깊이 다가서지 못하고, 엄마와 딸이 서로에 대해 조금씩 오해를 하며 더 멀어져버리게 되고 그러한 것들이 사랑을 덮어버리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조금씩 진실에 다가서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진행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나 자신에 대한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행복한 가정,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 가족에 대한 사랑...
미나토 가나에의 [모성]은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한다기 보다는 그 모든 것에 대해 본질적으로 깊이있게 파고들어가면서 오히려 더 명확해지는 진실과 진심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산사태로 집이 무너지고 불에 타고 있는데, 무거운 장농밑에 깔려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할머니와 손녀. 모성은 자신을 애지중지 키워주신 어머니를 구할 것인가, 자신이 그렇게 키워야 할 딸을 구할 것인가의 딜레마에 빠진 엄마의 마음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다. 불이 타던 그날, 딸을 구하지 말 걸 그랬다 라는 엄마의 후회가 그 하나의 대답인 것도 아니다. 이 책을 끝까지 다 읽는다면 ｀모성｀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울림에 생각이 더 깊어지게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