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에겐 인지에 관한 근본적인 이해가 없으며, 누군가가 이 존재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해에 도달할 때까지는 큰 진보를 이룰 가능성이 없다고 말하는 셈이다. 이 상황에서 비탄에 젖을 필요는 전혀 없다. 분명 누군가가 조만간 그런 이해에 도달할테고, 진보는 계속될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비록 마음에 관한 문제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는 알지 못해도 그 문제들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이 현명한 방도일 터다. ......사실 인지과학이 지금까지 한 일은 대개 세상 가득 존재하는 어둠 위에 작은 빛을 비춘 것 정도다. 지금가지 인지과학이 마음에 대하여 발견한 것이라고는 대개가 마음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모른다는 것뿐이다˝ (204-205)

나는 어떤 마음에서 이 책을 읽기로 작정을 한 것이었을까? ｀책의 제목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철학서로 읽기에는 이해하기 힘들것이다｀라는 두 문장이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는 첫번째 문장만으로 이 책을 덥석 집어들고 읽기 시작한 것인가 말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 책은 서평도서로 받은 책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나는 진작에 첫장을 펼침과 동시에 책을 덮고 이 책의 존재를 까마득하게 잊어버릴즈음까지 펼쳐보지 않았으리라. 이해가 안되면 글자만이라도 읽어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붙들고 있었지만 내게는 고문과도 같은 시간이었다. 책을 읽는 내내 예전에 장난치며 흥얼거렸던 말,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만 자꾸 떠올라 생각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이해안되는 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안드로메다로 떠나버리고 만 것이다.

책의 첫머리에 이 책의 감수자는 ｀포더의 글은 철학과 인지과학의 배경이 없이 읽기에 다소 어렵게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다소 어렵기는 하더라도 혼란스럽거나 불명료하지는 않기 때문에, 천착해서 읽으면 그 결실이 분명히 돌아올 것이다｀라며 아직 포더의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그의 세계에 입문해보기를 권하고 있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책을 찬찬히 반복해서 읽어보면 그래도 내용을 알 수 있게 되지나 않을까 했던 소박한 희망은 현재의 나를 직시하게 했다. 마음만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의 지식도 그렇게 흘러가지 않을뿐인 것이다. 내용 이해가 되지 않는데 주석에 나온 설명들을 읽고 있으려니 전반적으로 더 이해가 안되는듯해 읽지않고 넘겼다.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과는 상관없이 내 마음이 붙들고 있는 문장은 ˝이론 전체가 아무리 크다 해도 일반적으로 사람의 머리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사람이 그 전체를 생각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81)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책도 분명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글이라는 것을 확신해야겠는데 지금 현재로서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도대체 나는 무엇을 읽은 것일까?

서평을 쓰기로 한 도서인지라 책의 내용과는 맞지않는 엉뚱한 글이라도 써야겠기에 이 책을 접한 나의 개인적인 느낌이라도 풀어놓는다. 말하자면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 마음이 어떠한지 모르겠다는 것,인데 그걸 이 어려운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었나? 라는 심정일뿐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