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요즘 '조선시대'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다양한 모습의 조선 시대 생활에 대한 글들을 찾아 읽는 것처럼 일본 사람들도 에도 시대에 대한 아련한 향수가 있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가 문득 그런 의문이 생겨난다. 에도시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내가 좀 많이 우습기는 하지만.
그런데 이 에도시대의 이야기라는 것들이 과학적인 듯 하면서도 은연중에 슬며시 끼어드는 요괴의 이야기가 살제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에도시대에는 일상이라 느껴지는 것 같은 그런 재미가 있더라구. 그래서 에도시대의 이야기라고 하면 괜히 앙증맞은 요괴들을 떠올리며 설핏 웃음짓게 되어버린다.

나누시 후계자 마노스케 사건 해결집은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 해결집이라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더 중점을 둬야 하는 것은 '사건' 해결집에 대한 관심보다는 '진실한 혹은 소소한 일상'적인 미스터리 사건의 해결에 더 관심을 갖는 이들이 이 책을 한결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총명한 나누시 후계자였지만 하나의 사건을 계기로 열여섯이 되면서 갑자기 태평스러운 모습으로 변해버린 마노스케와 옆 동네의 나누시 후계자이며 잘생기고 언변이 좋은 바람둥이 세이주로, 고지식한 무사 요시고로, 이 세 친구가 끊이지 않는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을 해결해내는 이야기이다.
사건의 해결에는 범인찾기와 그 사건에 담겨있는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 있을 터인데, 마노스케가 해결하는 사건들에는 그 소소한 진실찾기가 좀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앙증맞은 요괴들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작가의 숨길 수 없는 유머감각이 문장속에 속속 숨어있다 튀어나와 읽는 내내 유쾌한 웃음을 지을 수 있어 좋았다.
마노스케가 혼담 이야기에 애벌레처럼 꾸물거리는 이야기나 그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혼내주려고 얼굴을 후려쳤는데 이상해서 쳐다보는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그쪽은 발, 이쪽이 머리'라는 단말마적인 외침 같은 풍경은 한 고을의 분쟁사건을 현명하게 해결하는 나누시 집안의 풍경이 아니라 요즘 우리가 즐겨보는 한 시트콤의 장면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재미있는 풍경을 연출하는 마노스케의 일상이지만 진지함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역시 사물은 진실을 근거로 판단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어딘가 한 군데가 터지게 됩니다. 그것 때문에 또 고통을 겪게 되지요"(91-92)
이것이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을 멋지게 해결하는 마노스케의 비법인 것인지도 모르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