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되었을때였다. 조금 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오는데 골목길을 들어서기 전 골목어귀의 가게앞쪽에 많이 몰려 서 있던 학생들 중 한명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렀다. 혹시 성당 애들인가 싶어 쳐다봤지만 다들 모르는 녀석들뿐이라 그냥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누군가 한명이 뒤쫓아 오면서 나를 붙잡았다. 혹시 자기 친구들이 너무 많아서 모른척하고 그냥 지나간 거냐며 괜찮으면 잠깐만 얘기하고 가자면서 얘기를 하는데, 가만히 듣고보니 얼마전 소개팅을 했던 고등학생들인 것 같았다. 사는 동네도 전혀 엉뚱한 곳이었는데 내가 대학생이고 출신고등학교도 다르며 두어집만 더 가면 우리집인데 소개팅을 했던 학생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고 5분여를 설득하고서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물론 그 친구는 끝까지 갸우뚱 거리며 돌아갔지만.
이런 나의 경험은 어릴적에 재미있게 읽었던 왕자와 거지는 어떻게 사람들이 뒤바뀐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지? 라는 생각을 한번쯤은 하게 했지만 세상을 살아온 햇수가 늘어날수록 조금 더 신빙성 있는 이야기로 느껴지게 하는 일화중 하나이다.

여기 두근두근 체인지는 왕자와 거지의 이야기처럼 서로의 환경이 다른 두 친구가 구별할 수 없는 쌍동이처럼 닮은 것을 이용하여 하루동안 서로의 생활을 바꿔보려는 계획을 하게 된다. 두 친구 빌과 베니는 그렇게 서로의 학교와 집을 바꿔 생활해보면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만 하루가 지나 무사히 각자 서로의 집으로 돌아가려는 그 시간에 엉뚱하게도 범죄 조직에 유괴를 당하고 만다. 납치범들은 자신들이 유괴한 소년 중 한명은 진짜 부잣집 도련님 베니이고 또 다른 한명은 별볼일없는 집의 빌이라는 걸 알게 되고 진짜 베니를 찾을 계획을 세우고 그 와중에 빌은 납치범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궁리를 하는데...

이 책의 저자 알렉스 쉬어러의 글은 몇편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야기의 전개가 재미있다. 모험을 펼치며 때로는 다소 엉뚱하고 상상력이 넘치는 일들이 가득찬 이야기를 그려내지만 그 모든 이야기가 현실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그 안에서 진정으로 소중하고 지켜야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하는 멋진 글을 쓰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전의 작품들도 그랬지만 ｀두근두근 체인지｀ 역시 서로를 바꾼 생활속에서 진짜 소중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고 풍요롭지는 않지만 서로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고 있는 가족이라는 것을 빌의 체험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물론 세상이 그리 아름답고 공평하고 정의롭다고만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유명하고 인기가 많으면 실수를 해도 쉬쉬하고 덮어주는데, 유명하지도 않고 인기도 없으면 아무런 실수를 하지 않아도 비난을 죄다 뒤집어쓰게 된다｀며 이런 잘못된 것을 누군가는 나서서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45)
평범한 빌은 태어날때부터 온갖 것을 누리며 유명인의 아들로 살아가는 베니를 무작정 비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작정 부러워하지도 않는다. 빌은 스스로 ｀평범한 빌, 빌 해리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나는 나,라는 자긍심을 갖게 된다.(300) 나름대로 괜찮은 구석이 있는 베니지만 빌의 대역은 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도 각자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나 자신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생활해도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