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시절을 보내고 이제 내게는 우리 시대의 멘토에게 듣는 고군분투 청춘 고백은 필요하지 않다,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보낸 청춘의 시절도 그들 못지않게 여러가지의 일들을 겪고 나름대로 아픔과 고통과 좌절을 딛고 일어나 희망을 되새기며 지금까지 잘 지내왔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굳이 내가 유명한 사람이 되지 않았어도, 한 분야의 뛰어난 전문가가 아니어도, 요즘 말로 스펙있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나 나름대로 나의 자리에서 나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누군가에게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삶의 모습을 지켜나가고 있는가, 나는 내가 지나온 시절을 잊지 않고 그와 같은 길을 걷는 지금의 청춘들에게 소통의 길을 열어두고 희망을 건네주고 있는가...생각해보면, 잠시 주춤하게 된다. 아직은 나 자신 스스로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하기엔 부끄러운 모습이 너무나 많다. 그래서 별 관심이 없던 이 책을 집어들었다. 그들의 스펙에 주눅들어서가 아니라 그들의 소통 방식을 배우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삶의 방식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이 책은 김남훈, 김규항, 김여진, 오연호, 강풀, 하종강, 김조광수, 김영경, 김제동 9명의 멘토가 청춘들에게 건네는 소통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리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고 그들이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그리 특별한 이야기는 없으리라 생각하며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다른 책에서, 기사에서, 뉴스에서 봤던 그들의 모습과 이야기는 한번쯤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뭔가 다르다. 김규항의 비급좌파에 대한 개념이나 김여진의 날라리외부세력 결성 이야기, 하종강이 이야기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은 더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읽은 기억이 있지만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읽히는 것이다. 이 책을 펼쳐들면서 ｀소통｀이라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잘 알지 못하던 김남훈이라는 다양하고 대단한 이력의 뒷 이야기에 담겨있는 그의 솔직하고 무엇에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으며 이야기속으로 빠져들어가버렸기 때문일까? 아무튼 뭔가 조금은 다른 느낌을 받았다. ｀통하면 아프지 않다｀라는 의미가 새삼 깊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솔직히 제가 하는 일은 모두 부모님이 싫어하는 일입니다. 그야말로 불효자의 삶이지요.... 그런데 그만큼 자기 일에 치열해져야 한다고 다그치게 됩니다. 저를 낳아준 부모에게 마음의 짐을 지우면서 이 일을 하는 것이라면 정말 영혼이 부서질 때까지 해야 하죠. 재미로 설렁설렁 할 수는 없어요. 프로레슬링도, 격투기도 재미로 가볍게 하는게 아니라, 정말 이게 좋고 여기서 뭔가 만들기 위해 하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부모님이 힘들다는 걸 알고 있기에 저는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35, 김남훈)
성공의 길을 가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것이다. 하지만 그 성공이 어떠한 것인지 자문해야 하며, 주위를 살펴보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는 진심어린 충고를 건넨다. 김남훈뿐 아니라 김여진도 그렇고 강풀 역시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실패는 할 수 있는 것이며, 시도를 해보지도 않고 성공하기를 바랄 수는 없는 것임을,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시도하면서 당연히 실패하리라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자신들의 체험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벽이 보인다고 좌절할 이유도 없는 것이다. 그러니 두려움도 주저함도 없이 최선을 다해 앞으로 나아가라고 희망의 길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프니까 청춘,인 것이 아니라 청춘에게도 고통은 고통일뿐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을 한다. 이 시대의 청춘들이 겪는 고통은 그들만의 것이 아님을, 통하면 아프지 않다는 말 속에 담겨있는 소통의 뜻을 깨달으며 청춘을 살아야 하겠다. 누군가의 이야기처럼 두려움 없이 실패와 고난을 기꺼이 즐기며 감동의 인생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