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내내 후회스러웠다. 우리에게 익숙한 단테라는 이름과 그의 신곡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들었었던 이유 하나로 괜찮겠지,라는 심정으로 이 책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다 읽고 난 지금까지도 후회스럽기만 하다.
예전에 제인에어를 모티브로 해서 추리형식으로 쓰여진 작품을 읽을 때 나는 정말 재미있고 흥미진진하게 읽었었는데 뜻밖에도 그 책이 재미없다고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의 감상을 읽다보니 그 이유는 바로 그 소설의 모티브인 제인에어를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인에어의 원작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그것을 모티브로 씌어진 사실과 가상의 세계를 더 잘 구분할 수 있고 작가의 상상력과 패러디를 보면서 감탄을 하고 재미있어 했을텐데 그저 정신없이 사건만을 쫓아갔던 것이다.
지금 나는 새삼스럽게 그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왜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지도 않았고, 단테에 대해서 그가 살았던 시대적 배경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단테의 비밀서적｀이라는 책에 도전을 했는지 후회하고 있다. 이 말은 곧 나 역시 이 책의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뜻이다. 솔직히 좀 부끄운 이야기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역사적 사실과 허구에 대한 경계조차 제대로 짓지 못하고 사건의 흐름을 쫓아가는 것도 그리 쉽지 않았다.
오래 전 피렌체에 갔을 때 한참 공사중이었던 단테 생가를 밖에서 벽돌구경만 하고 돌아설때에도 그리 큰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단테의 신곡이 얼마나 위대한 작품인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을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지는 못했다. 그런 나에게 그 단계를 넘어서 역사적인 인물과 그의 위대한 작품을 모티브로 하여 그 작품안에 감춰진 암호를 찾아 활약을 펼치는 인물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올리가 있겠는가.

단테의 비밀서적은 단테의 죽음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그는 과연 라벤나에서 말라리아에 걸려 세상을 떠난 것이 맞는가,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것은 아닌가? 그의 작품 ｀신곡｀에 감춰진 엄청난 비밀이 세상에 드러나기 전에 신곡을 이 세상에서 영원히 없애기 위해 그의 죽음을 바라고 있는 사람이 있었던 것은 아닌가? 과연 단테가 천국의 시편 마지막 열세곡을 감춰둔 이유는 무엇일까? ... 이러한 의문을 하나씩 풀어나가며 이야기는 시작되는데...
이런 엄청난 주제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단테의 비밀서적에는 당시 역사적 사건과 서민들의 삶의 모습이 작가의 정겨운 시선으로 보여지고 있기도 하기 때문에 아주 다양한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다. 어쩌면 그래서 더욱 단테의 신곡을 읽지 않고 이 책을 선뜻 집어든 나 자신에 대한 후회가 지금 이순간까지도 나를 강박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훗날 반드시 단테의 신곡을 읽어보고 그 위대한 작가와 작품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 후 피오레티가 쓴 단테의 비밀서적을 다시 읽어보리라는 결심을 해본다. 그때는 지금처럼 눈에 보이는 사건만 쫓아가다가 제풀에 지쳐버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 이 책의 진가를 느낄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