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______라는 소설을 만났을 때 나는 _____살이었다. 그러고 나서 6개월 안에 나는_____라는 작가가 쓴 다른 소설들을 모조리 읽어 치웠다.

한 권의 책이 책이 아니라 나의 이야기로 읽히기 시작한 것은 나 스스로에게 되풀이해 본 이 물음에서부터였을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끝내고 오빠가 졸업선물로 책을 사 주겠다고 해서 쫄쫄쫄 따라간 기억이 있다. 자주 가던 서점들을 모두 지나쳐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갈 때, 책선물이라 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할 즈음 드디어 어느 허름한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는 평소 내가 보지 못하던 책들이 쌓여있었다. 내가 성당을 다니고 있어서인지 처음 추천받은 책은 '꽃도 십자가도 없는 무덤'이었어. 그때 그 책을 왜 안받았을까. 지금도 제목만 기억하고 있을 뿐 책은 읽지 못했는데.
그리고 그날 내가 받은 책은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책 한권으로 순식간에 인생이 달라지지는 않지만 아주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처럼 어린시절에 읽었던 수많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이야기로 가득찬 세상에서 한발 내딛은 세상은 정의와 평화,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독서는 혼자서 하는 외로운 행위이지만 세계와 손잡기를 요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65)라는 말은 이 책을 읽기 오래전부터 내가 이미 체험하고 있는 말인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책과 독서에 관한 이야기만 담겨있는 것은 아니다. 책 표지에 이미 '서점'에서 인생의 모든 것을 배운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명시되어 있는 것처럼 이 책은 서점에서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이 들어있다.

하루종일 서점에서 지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알것이다. 노란 불빛의 서점에서 루이스가 어떠한 경험을 하고 무엇을 배우게 되었는지.

학창시절 나는 차비 외의 용돈을 받은 기억이 없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책은 항상 학교도서관에서, 담임선생님이셨던 수녀님이 새로운 책을 자주 갖고 오셨기에 풍요롭던 학급문고에서 빌려 읽었을 뿐 서점에서 책을 산 기억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는 책 한권을 살 뜻밖의 용돈이 생겼고 하루종일 어떤 책을 살까, 고민하면서 서점 전체를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사고싶은 책은 너무나 많은데 용돈은 딱 한권의 책을 소장할 액수였고, 제법 번화가였던 동네에서 가장 큰 서점을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결정하기 힘들었던 내 기억은 그 다음날 다시 서점으로 들어간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던 서점 아저씨의 눈길만을 더 또렷하게 기억하게 할 뿐이다.

책 자체가 좋은 사람들은 어쩌면 한번쯤은 경험하였을 그런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한 책에 대한 이야기, 서점에 대한 이야기가 한가득 담겨있는 노란 불빛의 서점이다.

 

"책은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이어준다. 그런 관계는 일대일로 이루어지는게 보통이다. 작가 한 사람이 한 강좌를 열어 강의를 하고 그것을 독자 한 명이 경청하는 식이다. 존 어빙은 이를 한 천재가 다른 천재에게 말을 거는 형식이라고 했다."(12)

"한 권의 책, 거기서 읽은 하나의 문장으로 세상의 온갖 좋은 것, 사소한 것, 심오한 것들이 시작되었음을 나는 배웠다. 그 한 문장이 나를 다른 책으로 이끌고 다시 그 책이 훨씬 더 많은 다른 책으로 이끄는 시발점이 된"(111)것임을 고백하는 루이스의 이야기는 어쩌면 책을 좋아하고 서점의 그 느긋하고 여유로운, 세상과 잠시 동떨어진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듯 하지만 다시 그 책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하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