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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경험은 그 자체로 소중한 것이다˝(324)
정말일까. 세상의 모든 경험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고? 사춘기 시절의 낯붉히게 되는 어리석은 시간들이 모두 다 소중한 것이 될까? 그 시절의 시간들을 지울수는 없는 것이니, 부끄럽다고 숨기지 말고 나 자신의 것으로 깔끔히 인정하고 나 자신을 성장시켜 나갈 수 있는 소중한 경험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있는 말일까?

게임의 왕에 나오는 인물들이나 배경, 온라인 게임... 이런 것들은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의 이야기일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은 것은 간접적으로 이슈가 되어 관심을 가졌던 일들이기 때문이다.
게임의 왕은 별볼일없는 찌질한 고등학생이 온라인 게임에서 최강이 되지만 그로 인해 현실세계에서는 조직 사회와 폭력의 위협에 놓이게 되는 가상과 현실의 교묘한 교차를 보여주며 찌질이 고등학생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또 하나의 게임처럼 그려내고 있다.

공부도 못하고 싸움, 운동도 못하는 태식은 일진에게 찍혀 빵심부름이나 하고 얻어터지며 그저그런 삼류인생과 같은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 태식이지만 학교에서 킹카라 불리는 지은을 짝사랑하고 그녀의 관심을 얻기 위해 연예활동에 바쁘지만 틈틈이 게임을 한다는 말을 믿고 그녀가 홍보모델을 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태식은 판타지 온라인 게임 속에서 멋진 전사 차도남으로 거듭나지만, 정작 지은은 홍보를 위한 언급이었을 뿐 온라인 게임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게임 안에서 장렬히 전사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전사 차도남은 장렬히 전사하기는 커녕 흑룡 루키페르앞에서도 죽지 않고 버티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태식은 비록 온라인 게임속이지만 최고의 게이머가 되기로 결심하고 친구 동철과 정희를 꼬드겨 루키페르를 처단할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드디어 최강이라 불리던 루키페르를 죽이는데 성공하지만 게임회사의 잇권과 그와 연결된 조직들의 폭력앞에 위협을 받게 되며 온라인 게임속 전투는 실제 현실에서의 대결로 치닫게 되는데.......

게임의 왕을 읽다보면 온라인 게임으로 인해 폭력적인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청소년들의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온라인 게임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폭력적이고 유해한 현실세계의 모습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온라인 게임을 해본적이 없고 지금 청소년들의 생활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작가가 그려내고 있는 현실세계의 모습은 지독하게도 사실적인 묘사임을 알고 있기에 이런 부조리한 사회에서 찌질한 인생으로 낙인찍힌 태식의 고군분투는 영웅적 모습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무리 찌질이라 손가락질 받고, 일진이 무서워 덤벼들지 못해 도망다니고 피하지만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과 불의와 폭력에 맞서려는 용기는 갖고 있는 것이 질풍노도를 지나가고 있는 태식의 본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태식과 달리 어른인 게임회사 대표 최중경은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하나같이 바보들이다..... 인생 역시 게임임을, 모든 관계가 계산으로 이뤄진 것이란 걸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낼 수 없다. 정의며 우정이며 자아란 다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식으로 굴다간 바로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 때로는 죄없는 학생이 두들겨 맞고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일도 생기고, 누군가는 감옥에 가는 일도 생긴다. 하지만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그러니까 먹이 사슬의 꼭대기에 서야 할 것이다˝(317)
우리의 인생을 통틀어 볼 때, 우리는 과연 태식과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비겁하고 이기적인 중경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반성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니, 긴 말이 필요없다. 온라인 속 게임처럼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사건을 따라 가다보면 평범한, 아니 오히려 찌질한 인생이라고 낙인찍힌 태식과 친구 동철, 정희의 모습을 통해 그들이 어떻게 어른이 되어가는지, 어떻게 수많은 좌절과 실패속에서도 실날같은 희망을 품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우린 모두 약한 존재다. 쉽게 상처받고 작은 실패를 두려워하며 그 와중에도 욕심을 부린다. 하지만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325)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