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말이 있는데 역시 보기 좋은 책이 읽기도 좋다라는 말이 적용될까?
처음 고베 밥상이라는 책을 받았을때 처음 떠오른 말이 그것이었다. 이보다 더한 고급스러운 요리책도 많이 봤고 읽어봤지만 이 책은 단순히 '고급'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요리책은 아니다. 고급이라기보다는 깔끔하고 정갈한 서민의 보통요리를 조금만 더 정성을 더해 꾸미면 이렇듯 훌륭하고 저절로 입맛 다시게 하는 멋있고 맛난 요리상이 만들어지니 이것은 정말 그저 단순히 고급밥상이라고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모든 요리를 다 해볼수는 없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요리가 소개되었는지는 살펴볼 수 있기에 대충 책장을 넘기며 지금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눈이 너무 호강을 하고 자꾸만 군침이 돌아 도저히 이대로 책을 보고 있을 수 만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간단히 식사를 하고 난 후 다시 책을 처음부터 찬찬히 살펴봤다.

어릴적에 어머니는 김밥을 싸주시면서 항상 초양념을 먼저 하고 김밥을 만들어주셨었다. 친구들이 우리집 김밥은 별다른 재료가 안들어갔는데도 맛있다고 한 것을 그냥 당연하게 받아들였었는데 커서 생각해보니 밥 자체에도 초 양념을 하고, 김에도 기름을 둘러 살짝 구워서 더 맛있었던 것이다. 유부초밥이나 튀김, 도넛같은 간식거리도 많이 만들어주셨었는데 어쩌면 일본식 요리의 영향을 조금 받은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어쨌거나 고베 밥상은 맛있는 일본 가정 요리의 요리법만 적혀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 가정식에서 자주 쓰이는 기본재료와 양념들을 만드는 법, 조리도구들, 일본의 식탁예절까지 자분자분 기본부터 시작해 이야기를 해 주고 요리를 시작하고 있다. 책으로 꾸미기 위해 특별히 신경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젓가락 받침대 하나도 식탁에 어울리는 작고 앙증맞은 것들을 올려놓고, 주요리와 반찬그릇이 두세개밖에 놓여있지 않아도 그 안에 담겨있는 음식의 색감이 눈을 즐겁게 하고 입맛을 돋워주고 있어 이 책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조리법이라고 해도 요리의 기본을 잘 모르는 내가 시도해보려고 할 때 그리 쉽지 않은 요리들이 많았던 것과는 달리 이 책은 내가 시도해볼 수있는 요리가 많고 특히 영양을 두루 갖추고 채소를 이용한 요리도 많아 틈틈이 시간날때마다 요리시도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