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동화이야기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예전에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우리작가 구병모님의 위저드 베이커리를 떠올리며 그때는 맛있는 버터향을 맡았는데 이번엔 달콤한 초콜릿향을 맡게 될까 라는 맛있는 기대감을 좀 갖기는 했지만 이건 상상 그 이상의 달콤함과 모든 우울을 날려버릴 수 있는 강력한 초콜릿맛이 난다.

국민건강당이라는 이름은 그럴싸한 당이 집권을 하면서 초콜릿 금지령이 발동한다. 초콜릿이 몸에 그닥 이롭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초콜릿이 우울한 마음을 없애고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기도 하는데 그걸 전면금지한다니 그건 정말 너무한 것 아니야? 라고 항변해보지만 이미 온나라는 국민건강당의 집권하에 통제되고 있다. 국민건강당에 투표하지 않았어 라는 말도 소용이 없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그런 현실을 만들어버렸다는 것에 대해 변명할 여지는 없는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집권하게 된 국민건강당의 지배하에 모든 설탕이 들어간 식품은 금지품목이 되고 초콜릿을 갖고 있다가 발각되면 바로 잡혀 재교육수용소로 끌려간다. 이제 초콜릿이 없는 세상에 적응하며 살아가야만 하는걸까?
그런 살풍경한 분위기에서 헌틀리와 스머저는 마지막 남은 초콜릿 조각을 동굴속에 숨겨넣으며 다짐을 한다. "우리는 위대한 초콜릿 전쟁에 나선 전사들. 아이들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 우리를 기억하라. 언젠가 초콜릿을 되찾으면 우릴 기억하며 초콜릿을 먹어라."
과연 그들에게 초콜릿을 되찾을 날이 올까?

만화같은 이야기에서 시작하고 만화같은 전개가 이루어지지만, 이건 그냥 아이들의 초콜릿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진정한 민주주의와 올바른 정치참여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라는 엄청난 주제를 갖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의 신나는 모험이야기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의 글솜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작은 용기와 힘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깨닫게 하며 그 과정에서 두 소년의 용기와 그들에게 도움을 주고 함께 하는 이들의 자유를 향한 마음이 어떠한 것인지 느끼게 해준다.
"거짓말을 전혀 하지 않으려면 얼마나 많은 진실에 관해 입을 다물어야 하는 것일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될 것이다. 그러고보면 침묵만큼 진실을 속이는 행위도 없다."(145)라는 것도 지금 우리에게 깊은 성찰의 물음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잘못된 과거와 역사에 대한 진정한 용서는 모든 것을 잊는것이 아니(294)라는 것도 지금 우리의 역사에 대해 깊이있게 새겨보게 하는 것이다.

헌틀리와 스머저의 초콜릿을 되찾기 위한 모험에 한발을 내딛으면 끝까지 가지 않고서는 멈출수없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속에 담겨있는 우정과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이처럼 멋지고 신나는 이야기를 또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