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근히 재미있는 책이다. 딱히 영어공부를 하는 책이라기보다는 백발두령과 셰인이 마주앉아서 '대화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영어로 대화를 잘 이끌어갈까....아니 굳이 영어로 대화를 잘 이끌어갈까라기보다는 대화를 나누다 그걸 좀 다르게 표현하는 것, 영어로 표현해보면 어떤 표현이 될까?에 대해 배워나가는 그런 책이다.

영어를 잘 해보고자 하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영어를 부끄럽지 않을정도로만 할 수 있어도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학원도 다녔었고. 남들은 고급영어, 모닝스페셜 같은 라디오방송을 듣지만 나는 초급영어회화도 겨우 따라갈 정도다. 교재없이 공부를 하니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경우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알아듣지 못할때도 있을만큼이었다. 아니, 과거형을 쓰면 안되지. 지금도 그러니까.
영어관련 라디오방송을 들으며 쉐인이라는 외국인을 처음 알게 되었고 만나본적도,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도 없지만 왠지 맘씨 좋은 착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가졌었다. 착한사람과 영어공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얘기라고 하지 마시라. 왠지 착한 사람과 대화를 하면 마음이 편해지고, 내가 영어를 잘해야된다는 부담감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더듬더듬 이야기를 나누어도 왠지 대화가 통할 것 같은 심정이 되기 때문에 영어가 공부가 아닌 대화의 느낌으로 다가오기때문에 내게 있어 영어강사가 착한사람이라는 느낌은 아주아주 중요하다. 전투적으로 영어를 가르쳐주면서 대답이 조금 늦다고 마구 타박을 주던 영어강사를 만난 적이 있는 내 경험이니 신뢰할만한 말이다.

그런데 그런 쉐인과 월간페이퍼의 백발두령님이 영어책을 냈다고 한다. 내게 아주 희망을 주는 책이다. 생각해보라, 영어를 아주 잘하는 편집장이 아니라 겨우 몇마디밖에 하지 못하는 백발두령님과 친절한 쉐인이 영어책을 냈으니 나같은 영어울렁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희망을 주고 나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해보이겠다는 도전정신을 주지 않겠는가. 정말 편집장이 영어책을 냈다면, 당신은 원래 잘하는 사람이잖소, 라고 외면했을것이다.
그러니 은밀한 영어책은 내게 꼭 필요한 책이다. 희망과 자신감과 도전정신을 주는 영어책이 어디 흔하겠는가 말이다!

은밀한 영어책은 영어공부를 하는 책이 아니다. 그냥 은근슬쩍 인터뷰 한꼭지씩 읽다보면 어느새 책 한권을 훌쩍 읽어버리게 되는 그런 책이다. 백발두령님과 셰인이 마주앉아서 영어공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친구를 사귀는 법, 대화하는 법, 서로의 관심사와 문화에 대해 가끔은 숫자놀이나 사진 한 장 놓고 느낌을 이야기하는 등 그냥 디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으면 어느새 영어표현들이 쏙쏙 들어오는 것이다.
책의 뒷부분에는 쉐인에게 배우는 영어 100마디가 부록으로 실려있어 책의 내용을 다시 되새겨보면서 실제 대화에 유용한 표현을 익힐 수 있고, 그것만으로도 어딘지 모르게 자신감이 생겨나게 된다.
그러니 괜히 어렵다고 피하지말고 자신감을 갖고 대화를 시도해보자. '숨 쉴 수 있다면, 말할 수 있다'라 하지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