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마쓰오카 세이고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이 책은 내 독서의 폭을 넓혀주거나 혹은 두번다시 쳐다보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논술이 생기고 학교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한 권의 책을 요약정리해주는 참고서적까지 생겨나는 요즘 세상이니 그런 걱정을 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런데 책의 첫장을 쓰윽 훑어보는 순간 느낌이 좋았다. 마쓰오카 세이고의 표현에 의하면 삼진아웃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이었는데 홈런을 쳐 버린 기분이랄까.

마쓰오카 세이고의 엄청난 지식과 독서량이라든가,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을 나누기 위해 무상으로 교육을 해야겠다는 훌륭한 마음이라든가, 어렵고 복잡할것만 같은 이야기들을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는 친절함속의 겸손함이라던가 하는 이야기는 부수적인 이야기일뿐이지만 왠지 그냥 그런 이야기만 늘어놓고 싶어진다.
그가 말하는 '창조적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는 직접 이 책을 통해 접해야 더 마음에 와 닿을테니까.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것저것 닥치는대로 나름 책을 많이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나의 독서력은 한참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쓰오카 세이고가 이야기하는 책읽기의 습관, 링크를 늘리는 편집적 독서, 키북을 찾고 나 자신의 책읽기를 하고, 나만의 독서리듬을 만드는 것 등 내가 어렴풋이 느꼈던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마구 쏟아져나올뿐만 아니라 명확하고 쉽게 이야기해 주고 있어서 더 신나는 책읽기가 되었다. 최근 책 정리를 하면서 공간이 작아 어쩔 수 없이 많은 책들을 꽂아놓기 위해 무작정 같은 크기의 책을 배열해놨다가, 참고서적을 찾기 위해 책꽂이를 뒤지다 결국 포기해버린 기억이 있기에 그의 도서정리에 대한 이야기엔 공감하지 않을수가 없다.

이 책은 저자와 독자의 소통을 강조하는 저자의 독서술을 반영하여 치쿠마쇼보 책임편집자가 저자에게 직접 질문하고 인터뷰하여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이 책에 정리되어 있는 내용 그대로 옮기지 않는 한 더 이상 쉽고 간결하고 깔끔하게 그의 창조적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뿐이다. 간략한 메모를 하려다 말고, 이 책 전체를 노트라 생각하고 한번 더 읽어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할 만큼.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텍스트 자체를 노트라 여기고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마쓰오카 세이고의 정리법은 절대 따라할 수 없을 것 같지만 나름대로 나 자신의 책읽기를 즐길 수 있는 방법적인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책을 읽을 때 차례를 훑어보거나 후기를 살펴보면 책의 흐름이 보여버릴때가 있어서 일부러 차례를 보지 않는 나의 책읽기 습관과 전혀 반대되는 이야기를 읽을 때는 좀 당황스러웠지만, 나는 예상되는 결론이 문학적 상상력을 한정짓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었지 그것이 오히려 문학적 상상력을 더 풍부하게 하고 자신의 상상력과 저자의 상상력이 어떻게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가를 보며 즐길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 같아 발상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어서 또 좋았다.
문학, 특히 소설을 집중적으로 많이 읽는 내가 비교해서 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지만.

어쨌거나 딱딱한 이론서들만 읽으며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을 때, 피곤해 죽겠는데 빽빽한 글자들을 보니 더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책읽기를 팽개쳐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때 그순간에 나 자신을 가장 편안하게 풀어줄 수 있는 책을 잡는 것이 독서의 리듬이며 또한 나의 책읽기의 즐거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모든 책이 다 재미있을 수는 없지만, 운명이건 필연이건 모든것을 떠나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읽기는 즐거움 그 자체라는 것을 느끼고 있는 이 순간 이 책으로 인해 얼결에 홈런을 친 뿌듯함을 맘껏 누리고 있음이 즐거울뿐이다.

독서가 이뤄지는 과정은 밖에서 들여다볼 수 없기에 전혀 판단할 수가 없습니다. 마르셀 뒤샹은 '그 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는 보이지만, 그 사람이 무엇을 듣고 있는지는 들리지 않는다'라는 말을 남겼지요. 독서는 '그 사람이 무엇을 읽고 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어떻게 읽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