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라는 부제를 달고 이 책은 바깥세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통해 바깥 세상으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났다.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에서 만난 사람과 사물, 풍경은 그 자체로 빛을 내며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중심에서, 주연에서, 현장에서, 세속에서, 서포트라이트의 화려한 조명에서 슬며시 밀려나는 그 모든 것들에 대해 담담히 모습을 전하고 있는 이야기는 오히려 주연보다 더 환한 미소를 전해주고 있다.

물론 스물여섯편의 글 모두에서 그 환함을 본 것은 아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미소가 담겨있기도 하지만, 스스로 바깥의 세상에 머물기를 선택한 이의 쓸쓸한 뒷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고달픈 삶이 스며들기도 했다. 그것은 어쩌면 변방으로 밀려나지 않아야 살아갈 수 있다는 나의 속된 마음을 드러낸 것인지도 모르지만.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쳐보기도 하지만 사실 나는 그러한 세상의 주변에 서 있기 때문에 또한 딱히 분개할 것도 체념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이미 일등만 기억하는 세상의 바깥으로 들어가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 수많은 사물들, 풍경과 공간이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을 재구성하려고 한다면 나는 스스로 바깥을 선택한 이가 아니라 그 세상을 견뎌내지 못하고 바깥으로 밀려나간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느 곳에서 어떠한 일을 하든, 무엇이 되었든 세상의 중심에서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나는 견뎌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무엇이 되었든, 내 삶의 꼴이 쓸쓸하고 이룬것 없이 비참해 보일지라도 나는 나 자신의 소소한 행복을 믿고 있기에 바깥으로 걸어들어갔든, 바깥으로 밀려났든 상관이 없다.
이 책은 그러한 나의 모습에 위안을 준다.

직업혁명가 이일재선생의 아들 정건씨의 말이 마음을 울린다. 그는 '아버지의 삶에 백 퍼센트 공감하지는 않지만 그 삶의 가치는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했다.(42)
지금 세상의 바깥에 존재하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그 삶의 가치는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