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아이들에게 할아버지란 어떤 존재일까. 사실 내게는 할아버지에 대해 추억할 것이 별로 없다. 아니, 추억할 것이라는 말보다는 할아버지에 대해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 맞을것이다. 4.3과 이념,3.8선, 분단, 전쟁...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황해도가 고향인 할아버지는 전쟁때 행방불명되셨다고 하고, 제주가 고향인 또 한분의 할아버지는 어머니가 맘에 안들때마다 빨갱이라고 화를 내셨다고 하니까 나는 자라면서 할아버지를 친근하게 뵌적이 없기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라는 제목을 듣는 순간 그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물론 온갖 드라마에서 만들어지는 그런 이미지를 떠올릴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쓴 이현주 목사님을 그런 드라마속의 이미지와 겹쳐 생각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말뜻은 이현주 목사님이 그런 이미지와 어울리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오히려 현실속에서 더 진솔하고 다정하게 다가오는 분이시기 때문에 드라마속의 만들어진 가상의 이미지와는 다르다는 느낌을 이야기한 것이다.

이현주목사님의 다른 글을 읽은 사람은 물론 그분의 글을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책을 읽다보면 그분의 품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의 엉뚱한 질문에도, 대답하기 곤란할 것 같은 미묘한 질문에도 진중하게 대답을 해 주고 있는 글은 읽으면 읽어나갈수록 그 맛이 느껴진다.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 그저 대답만 해 주시는 것이 아니라 그 물음에 담겨있는 속뜻이 어떠한지에 대해 다시 되묻기도 하고, 그 물음에 담겨있는 잘못된 생각에는 따끔하게 야단도 치시고, 또 그 물음에 담겨있는 속깊은 마음과 옳은 방향의 의문에는 칭찬도 해 주시고 있다. 일단 그렇게 아이들의 물음에 대해 정리를 먼저 해 주시고, 때로는 조금 돌아서 이야기하지만 물음과 연관된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풀어서 잘 설명해주시고 있어서 이현주목사님의 대답만이 아니라 아이들의 물음도 다시 한번 더 읽어보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아이들의 물음을 크게 '나' '너' '우리'라는 묶음으로 나눠 정리를 하였다. 추상적이거나 이상적인 대답이 아니라 정말로 세상을 지혜롭게 살아가고 있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경험과 세상살이에 대한 지혜로움으로 사랑스런 손자들에게 정성껏 한마디한마디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는 이 글들은 굳이 의문의 대상과 청소년들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그리고 비슷한 의문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주는 지혜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