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인터넷 서점과 책 소개를 해 주는 멋진 블로그에 놀러가서 책 구경을 주로 하고 있지만 십여년전만 해도 나는 서점을 놀이터처럼 여겼었다. 약속이 있으면 서점을 만남의 장소로 정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책구경 하고 싶은 기분이 들면 또 서점에 가서 한참을 지내다 오고, 때로는 어떤 신간도서가 나왔는지 구경하러 일부러 서점에 가기도 했었다. 그런 내게 명탐정 홈즈걸의 책장은 서점에서 내가 경험해봤거나 느꼈던 비슷한 일들이 에피소드로 튀어나와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거기에다가 책과 관련되어 서점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서점 직원의 이야기라니!

명탐정 홈즈걸은 책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인물이 아니다. 세후도 서점의 정직원 교코의 등장은 그녀가 홈즈걸일거라는 짐작을 하게 했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다에가 사건해결의 키포인트를 잡아내고 문제를 해결한다. 그것은 어쩌면 명탐정 홈즈와 그의 친구 왓슨의 콤비가 사건을 멋지게 해결해나가는 것과 비교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쿄코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조사와 연구를 하여 문제해결에까지 이르는 다에는 해결사로 등장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서점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온갖 에피소드는 교코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홈즈걸의 이야기는 단지 추리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만이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내게 책읽는 즐거움을 더욱 배가시킨것인지도 모르겠다.

사건을 조사하고 추리해나가는 과정과 사건의 해결은 그것대로 추리소설의 묘미가 있는데 왠지 홈즈걸의 책장이 정겨운 느낌을 갖게 하는 것은 아마도 그 전체적인 스토리가 결말이 예상되는 '빤한 스토리'라는데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봤다. 그 빤한 스토리에 대해 쓰려고 하니, 이야기의 결말을 알려줘버리는 것이 되어 뭐라 더 이상 표현할 말이 없어 쓸쓸해진다. 그저 이 책은 내 주관적인 느낌으로 이야기하자면, 책 표지의 발랄하고 엉뚱한 호기심이 드러나는 것과 똑같이 그 내용 또한 생동감넘치고 밝은 경쾌함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본격추리소설 - 사실 본격추리소설이라는 게 뭘까 싶기도 하지만 - 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조금 가벼워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이 책이 무척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