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점 인터파크도서

제목 때문에 얼음이란 이미지가 주는, 차가움을 덧입은 청명한 슬픔의 향을 기대했다. 그러나 웬걸.

늪지를 연상시키는 축축하고 찝찝한 색조가 가득하다. 제목도 '......소녀 아이다'가 아니라 아가씨나 처녀라고 써야 적합할 듯하다. 책에 대한 조금의 오해를 막으려면.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유리로 변해가는 여자와 그녀를 사랑하게 된 소심한 남자,
그리고 그들 곁에 있던 이들의 인연 혹은 지나간 사랑에 대한 이야기

어느날 아이다는 달리기 도중 신발 속으로 뭔가가 들어간 듯 발가락을 찌르는 이물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그녀의 몸은 유리로 점차 바뀌어가는데.

그녀는 우연히 만난 한 남자로부터 들었던 유리 시체에 대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그 남자를 찾아 북구의 한 섬 세인트하우다 랜드를 찾아갔다가 마이다스를 만나게 된다.

사람과 관계 맺기를 꺼리는 고독한 청년이었던 마이다스는 아이다를 통해, 자유분방했으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고통받던 아이다는 마이다스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유리로 변해가는 증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는데.

여기 이 낯선 침대에서 외로이 잠을 청하면서 아이다는 곁에 따스한 누군가가 있어주기를,

그래서 자신이 살아있음을 일깨워주기를 소망했다. p.302

리뷰를 남기려할 때면 이번 같은 경우가 가장 난감하다.

읽긴 읽었는데 맘에 남지 않은 채 이야기가 끝이 난, 결단코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는 소설에 대하여 말해야 할 때가.

북구의 섬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배경에 날개달린 소라는 이상한 나방 등등 글의 초반에 등장하는 것들이 글에 대한 몰입을 방해했다. 100여장 정도 지나고 나서야 상상력 부족에 시달리던 눈이 비로소 이야기 속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리고 책표지에 있는 소개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걷잡을 수 없는 아름다운 사랑에 빠져든다.'는 대목에 기대를 살짝 품었던 것 같다. 헌데 글의 후반이 다 되도록 마이다스는 다가오는 아이다를 피하며 자신의 감정을 외면하기 바쁘다. 주인공들에 대해 더 듣고 싶은데 작가는 주변 인물들의 심리와 감정을 더 친절하게 들려준다. 마이다스가 아이다를 받아들이고 심리적으로 강인해지자마자 아이다는 기다렸다는 듯 유리로 변하고만다. 그리고 소설은 막을 내린다. 너무도 급하게, 마치 시청률 안나오는 드라마를 조기종영하듯 그렇게 말이다.

그 바람에 내 마음엔 아쉬움이 잔뜩 남았다. 끝도 좋았고 이야기 전개도 좋았고 상상하기는 힘들었지만 배경의 묘사 등등 많은 부분이 좋았음에도 결코 잘 읽었다, 말할 수 없는 독서라니. 나 원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