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지 않고서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다. '수리 희망병원' 이라는 정신병원 간판이 아니고서라도, 세상에는 이미 미치고도 남을 만큼 어지럽고 혼란스런 일들로 가득하고 그런 가운데 자아를 잃고 자유를 갈구하는 이들로 넘쳐나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이 세상은 말 그대로 정신병원이다. 보수와 진보, 지역갈등과 친미, 친일로 나뉘는 역사적 갈등, 같은 그림을 보고도 다양성이 아닌 소통과 대화없는 각각의 무의미하고 날선 주장들이 난무하는 이 시대가 도대체 미친 세상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런 시대를 사는 우리의 이야기가 있다. 비틀려서 웃다보면 가슴속 저 아래 고요히 앙금 같이 고여있는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는 그런...

두 청년이 있다. 스물다섯 동갑으로 수리 희망병원에 들어온 두 젊은이. 수명과 승민. 고등학교 2학년 어머니의 죽음이후 들려오는 환청과 편집증적인 사고를 가진 수명이 세상과 소통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갖혀 자꾸 움추려드는 반면.... 망막세포변성증에 걸려 시력을 잃어가는 승민은 가족들의 재산 다툼에 의해 억지로 이곳에 갖히게 되고 끊임없이 자유를 위해 탈출을 시도한다. 전혀 다른 이유와 전혀 다른 스타일의 두 친구가 펼치는 미친 세상 탈출 프로젝트가 이렇게 시작된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미쳐버린 세상을 향한 이 두 청년의 이야기가 마음을 움직이는 이유는 아마도 수리 희망병원이라는 공간적인 배경과 우리의 삶이 영위되는 이 공간에 대한 차이점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에서 일 것이다. 정신병원의 이름에도 '희망'이라고 쓰여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희망'이라는 이름을 갖고 억압하고 미치도록 만드는 수많은 일들에 직면하기에 그들에 대한 공감은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되는지도 모른다. 억압된 자유를 찾고, 그 속에서 잊고 있던 나, 자신을 찾아가는 즐거운 여정이 승민의 몸짓과 수명의 시선으로 열정적이고 자유롭게 그려진다.

정유정 작가의 [내 심장을 쏴라]는 어려모로 친숙함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세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이름이 이제는 참 익숙한것과 같이... 축구와 사랑이야기가 있어 너무 즐겁고 독트했던 [아내가 결혼했다]를 비롯해서 [미실], [슬롯] 처럼 독특하고 신선한 소재들을 통해 참신한 역량을 가진 작가들의 작품과 만나는 또 다른 만남의 장이 되어준 세계 문학상 수상작품이고, 정유정이라는 이름 또한 제 1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내 인생의 스프링 캠프]를 통해 익숙해진 이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익숙하면서도 이전과는 또 다른 그녀만의 색깔이 배어오는 이 작품에서 배어나오는 이유는 그 익숙함을 극복하고 새로움을 창조하려는 그녀의 특별한 노력때문일 것이다.

나는 팔을 벌렸다. 총구를 향해 가슴을 열었다. 그리고 언덕 아래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나야, 내 인생을 상대하러 나선 놈, 바로 나.

젊음이 날개를 펼수 없는 사회, 청춘의 열정을 꺽어버리려는 사회에 대한 통렬한 외침이자, 나와 자유를 갈구하는 수많은 젊음에게 바치는 재치와 유머 넘치는 감동의 드라마가 바로 이 책속에 들어있다. '운명이라는 이름이 날 침몰시키려 할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려 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책을 내려놓으며 가라앉는 감동의 메세지를 우리는 부여잡을 수 있을 줄 믿는다. 앞으로 내가 상대해야할 녀석이 누구이고 내가 살아갈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일지 총구를 향해 심장을 열어보여라.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진정 꿈꾸는 삶이 어떤 것인지, 거울 속 모습을 보듯 정반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던 수명과 승민을 통해 깨닫게 된다. 자유를 꿈꾸고 자아를 찾아가는 즐거운 여행이 그들의 좌충우돌 정신병원 탈출기속에서 진한 감동의 색깔로 가슴 깊이 내려앉는다. '마치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듯 주인공과 독자를 몰아붙이지만 일단 꼭대기에 다다르기만 하면 나머지 길은 흥미진진하고 가속도가 붙는 활강장이 된다.'는 심사평이 그대로 어울리는 작품이다. <내 심장을 쏴라>는 그렇게 조금은 묵직한 주제를 가볍게 풀어나갈 수 있는 작가의 땀과 역량이 빛나는 그런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