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 사진관>이란 작품으로 (개인적으로는) 오랫만에 미야베 미유키를 만난다. 심령사진, 영적능력을 가진 고구레 일족?, 십삼대째 계승자? 어찌보면 위에 쓰여진 글로 인해서 이 작품을 오해하는 이들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심령사진'이란 단어만 놓고 본다면 이 작품의 중요한 소재이기도 하지만 고구레 일족의 능력과 계승자 등의 단어는 쉽게 말해 굉장한 '오버'의 수준이다. 하나비시 에이이치! 이 녀석이 바로 이 작품의 당당한 주인공이다. 그리고 위에서 투덜대던 그 녀석이다. 친구들도 부모님들도 그를 '하나짱' 이라 부른다.

평범하지만 '집안에서는 이상한 사람'이란 표현이 어울릴 에이이치의 부모는 결혼 이십주년을 맞아 새 집을 마련하게 된다. 그렇게 이들 가족의 새 집이 바로 '고구레 사진관'이다. 여든 다섯살로 올 2월 돌아가신 고구레 야스지로 할아버지, 그의 가게가 이제 에이이치의 집이 된 것이다. 아버지 하나비시 히데오의 고집으로 '고구레 사진관'이란 간판까지 그대로 남겨둔 이상한 집! 하나짱의 집은 그렇게 고구레 사진관으로 남아 있게 된다. 남동생 히카루, 엄마 교코, 아버지 히데오와 함께 하나짱의 절친인 다나코 쓰토무가 그의 또 다른 가족처럼 함께한다.

다나코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하나짱과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다나코는 '덴코'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덴코는 치과 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인지 머리도 좋고 피부도 희고 여자 아이같이 예쁘다. 하지만 목소리 만큼은 타고난 음치... 세상은 정말 공평하다. ^^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서설이 길어지는 이유는 바로 이 '고구레 사진관'과 관련된 역사적 시간, 그리고 하나짱과 덴코가 그 시간속에 숨겨져 있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배경과 시간, 인물들을 조금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사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진관 주변을 서성이는 하나짱 또래의 여고생. 덴코는 하얀옷을 입은 스쳐지나가는 그 아이의 다리가 없었다고 한다. 대지진, 세계대전공습, 수해 등 수많은 상처를 가진 과거 때문에 유령이 출몰한다는 마을, 그리고 고구레 사진관에 나타난다는 할아버지 유령, 사진관 주위를 서성이던 여고생이 던져준 사진 한 장! 드디어 <고구레 사진관>이 낳은 불멸의 'Photo 탐정' 하나짱, 에이이치의 눈부시고 멋진 활약이 기지개를 펼치게 된다.

미야베 미유키는 보통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알려져 있다. 우리 사회의 모순과 병폐를 날카로운 시선을 작품속에 담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하고 따스함이 그 속에 묻어있기에 미스터리의 재미와 더불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이런 미스터리 소설과 더불어 그녀는 다양한 장르로 독자들을 찾아 나선다. 역사적 시간을 그린 시대소설, 청춘소설, 그리고 SF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성을 가지면서도 독자들에게 꾸준한 인기와 사랑을 받는 미야베 미유키!

<고구레 사진관> 역시 미미 여사의 이런 다양성을 골고루 담아내는 작품이다. 16세 소년의 성장과 미스터리한 사진속 이야기들을 풀어가는 이야기. 그리고 시대적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간다는 설정까지 다양한 장르적 특성이 모두 담긴 작품이다.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라는 이름에 정말 커다란 기대를 한 독자들에게 이 작품은 그리 큰 점수를 받을지는 의문스럽다. 다양한 구색을 갖추었고, 사진관이라 공간적 배경에 심령 사진이란 독특한 소재를 가지면서도 미스터리가 가져야 할 긴장감도,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날카로움마저 상실해버린 느낌이 들기때문이다.

독특한 구성을 통해 마음편하게 만나는 미스터리 정도라면, 미미 여사님이 정말 편안하게 쓴 책이구나 생각한다면, 가볍게 만날 수도 있는 작품이리라. <고구레 사진관>은 우리집 가훈처럼 '욕심을 내리면 행복이 커진다' 라는 말을 먼저 떠올리며 만나야 할 작품이다. 조금은 색다른 가족과 친구들로 꾸며진 매력적인 캐릭터, 독특한 소재와 배경을 가진 이야기들이 코지 미스터리와 환상 미스터리의 경계에 서서 그려진다. 미야베 미유키의 색다른 소재, 평범한 미스터리 약간의 아쉬움속에 <고구레 사진관>의 페이지를 덮는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