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청소 안 해도 돼. ... 쓰레기인 줄 알고 무심코 원고를 태워버리면 곤란하거든. 옛날 영국에서 그런 하녀가 있어서 주인 양반이 보관하고 있던 친구의 중요한 논문을 불쏘시게 삼아서 난로에 넣었다는 이야기가 있어.' - P. 21 -

처음 도쿄로 올라와 하녀일을 했던 집에서, 고나카 선생님이 들려주신 이 '주인어른을 위해 친구의 원고를 난로에 태워드린 하녀 이야기'는 길고 긴 <작은집>의 서막을 알린다. 하지만 어리기만한 하녀 다키는 그의 말뜻을 전혀 알 수가 없다. 할머니 다키가 말하고자 하는 숨겨진 이야기는 바로 그녀가 두번째로 일하게 된 히라이가(家)에서 지낸 날들이다. 도키코 사모님과의 만남, 불운하게 사별하게된 사모님을 따라 친정으로 갔고, 다시 히라이씨를 만나 두번째 결혼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빨간 기와 지붕의 2층 작은집에 머물게 된다.

<작은집>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든다. 다키 할머니는 '다키 할머니의 슈퍼 가사 북'이라는 책을 펴내 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녀가 그토록 하고 싶은 마음에 담아둔 이야기를 책으로 내고자 하는 편집자는 없었다. 다키 할머니는 그 작은집에서 있었던 숨겨두었던 과거를 꺼내기로 결심한다. 하녀가 된 열두살의 소녀에서 90살의 할머니를 넘나들며 이야기는 계속된다. 평범해보이는 하녀 다키에게 하나의 사건이 다가오고, 할머니 다키가 써내려간 노트는 한명의 독자를 만나게된다. 조카손자 다케시가 그 주인공이다.

도키코 사모님과 교이치 도련님, 그리고 하녀 다키. 다키는 하녀가 아닌 그들의 가족이 되어버린다. 여름 휴가를 같이 지내고, 쇼핑과 외식도 함께하는 등 그녀는 가족처럼 하나가 된다. 일본의 침략전쟁 와중에서도 작은집에 사는 이들에게 전쟁은 딴 세상 이야기인듯하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는 그들의 작은집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고, 그와 함께 도키코 사모님과 이타쿠라씨 사이에서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한다. 고나카 선생님이 들려주었던 하녀 이야기, 이제 그녀는 그의 말뜻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것도 같다. 다키는 현명한 하녀가 될 것인가?

다키 할머니가 죽은 뒤, 다케시에 의해서 그녀가 마지막까지 남기고자 했던, 숨겨졌던 이야기가 깨어난다. 도키코가 이타쿠라 쇼지에게 보낸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까? 그녀가 택했던 현명한 하녀의 길, 그것은 그들 사이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고, 다키 할머니가 꼭 말하려고 했던 숨겨진 비밀은 무엇이었는지... 작고 예쁜 이 2층집에서 역사를 타고 흐리며 평범하게 흘러가던 하녀 다키 가족의 이야기가 어떻게 미스터리 소설이란 얼굴을 하게 되었는지 마지막이 되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역사소설이란 타이틀 답게 1930년대에서 전쟁의 소용돌이를 건너는 1950년에 이르는 시간까지 현실감있게 그려진다. 로맨스 소설이란 이름을 단 <작은 집>은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다키의 눈을 통해 섬세하게 써내려간다. 미스터리의 얼굴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그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독자들의 뒤통수를 심하게 내리 친다. 제 143회 나오키상 수상작이기도 한 <작은집>은 그렇게 여러개의 얼굴로 독자들에 다양한 경험을 하게 만든다.

이런 다양한 얼굴을 가졌지만 사실 이 작품이 저명한 나오키상을 수상할 만큼의 매력을 가졌는지는 조금 의문이든다. 독자들마다 개인적인 취향이 다를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이 나오키 상이라는 권위에 2% 부족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처음부터 그랬지만 너무 평범한 작품이 아닐까하는... 역사소설로도, 로맨스 소설로도, 그나마 미스터리라는 얼굴은 그래도 독특해 보이기는 했지만... 다양한 색깔을 가졌지만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을 내어보이는데 약간은 서툰 작품이 아니었는지...

너무 큰 기대만 아니었다고 하면 정말 재밌게 만났을 작품이었을것 같다. 따스함이 묻어나는 표지도, 무언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것 같은 작은 제목도, 로맨스와 미스터리를 조합해놓은 작지만 알찬 구성도 꽤나 인상적인 작품이다. 다시 말하지만 너무 큰 기대만... ^^ 나카지마 교코와의 첫만남에 약간의 아쉬움이 든다. 아직은 국내에서 이 작품을 제외하고 그녀에 대해서도, 그녀의 작품에 대해서도 찾아보기 힘든 현실이지만 <작은집>을 시작으로 더 많은 작품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다양한 얼굴도 좋지만 그녀만의 색깔이 가득 담긴 작품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