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로 온 세상이 화려하고 찬란한 빛으로 물든 12월의 끝자락에 서있다. 하지만 그런 화려함 이면에 존재하는 가슴 아픈 고통과 상처를 받은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든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들려온 뉴스 하나가 우리들의 가슴을 분노로 들끊게 하고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친딸을 성폭행해 아이까지 출산하게 한 인간의 탈을 쓴 아버지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칼까지 들고 아이를 위협해 성폭행했다는 아버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은 딸은 그런 아버지를 위해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고 한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용서한 딸, 이 가슴 아픈 이야기에 마음 한켠이 찡하게 져려온다.

 

이런 비슷한 유형의 사건들은 외국에서도 종종 들려온다. 일본 영화 '완전한 사육'을 떠올리게 만드는 감금, 성폭행으로 이어지는 반인륜적인 범죄들은 미국, 유럽을 막론하고 선진국이라는 이름을 가진 나라에서 조차 발생하고 있다.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발생한 밀실 감금 사건,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한편의 소설이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과 맞물려 관심을 끈다. 엠마 도노휴라는 작가의 이 작품 <룸>은 바로 실제 사건을 그리지만 조금은 독특한 시선과 방식으로 상처를 그려가고 치유해 나가는 작품이다.

 

<룸>은 다섯살 잭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한다. 열아홉살 대학생이던 잭의 엄마는 한 남자에 의해 납치 당하게 되고 헛간에 감금당하게 된다. 그렇게 7년이 지나고, 이제 다섯살 잭의 시선으로 이 모자가 사는 방이 그려진다. 태어나서 이 방 밖으로 한번도 나가 본적 없는, 잭에게는 이 방이 세상의 전부이다. 세평 남짓한 작은 방, 그 안에 있는 거미나 생쥐 마저도 잭에게는 친구이다. 마법의 상자를 들고 이방을 드나들며 그들이 필요한 것들을 고쳐주고 선물해주는 한 남자! 잭의 엄마는 잭에게 그 남자의 정체를 알려주게 되고 잭과 엄마는 드디어 이 방과 안녕을 고하려 한다.

 

잭이 아프다고 거짓말을 해 방을 벗어나려는 모자의 계획은 실패하지만 잭의 죽음을 위장한 탈출은 결국 성공하게 된다. 엄마에게는 상처와 고통의 공간이었던 이 작은방, 잭에게는 세상의 전부였던 그 방. 그들에게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던 방(Room)은 그들의 탈출 이후 새로운 삶 속에서 서로 다른 시선으로 그려진다. 탈출에 성공한 그들에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세상과의 또 다른 전쟁이 이어진다.

 

' '안녕, 벽아.' , '안녕, 바닥아.' , '안녕, 벽장아.' , '안녕, 천장아.' , '안녕, 방아.' ... '인사해. 안녕, 방아.' ... 우리는 문밖으로 나갔다. ' - P. 555 -

 

반인륜적이고 충격적인 범죄 사건을 그리고 있고, 그것때문에 상처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그리면서도 이 작품은 그렇게 잔혹하고 차가운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그것은 아마도 작은 '방'이 자신의 전 세계였던 순수하기만한 한 아이의 시선속에 모든 이야기를 묻어 놓았기 때문일것이다. 어린 아이의 시선을 통해 그려진 초반의 사건에 대한 진실과 후반 세상을 하나씩 배워가며 성장해가는 아이의 시선은 어쩌면 조금은 다를 수 있다. 엄마의 입장에서 그려진 방의 의미와 잭의 생각은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하나의 개체가 가지는 의미가 전혀 다르게 전달되고 이어질 수 있음을 우리는 이 작품속에서 여실히 바라볼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을 통해 세상과의 단절, 혹은 세상에 대한 조작이라는 관점에서 지극히 현실적인 우리 사회의 단면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도 갖게 된다. 요즘 한창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위키리크스(WikiLeaks)'와 어샌지, 그가 내려놓은 세상의 비밀들은 국가 권력들이 지금까지 조작되거나 의도적으로 숨겨져온 진실들이 무엇인지 관심을 집중시킨다. 세계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올드닉, 우리 사회에도 이 남자의 그림자는 도처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 작품을 통해 새삼 느끼게 된다.

 

아픔과 상처, 그것을 치유할 힘은 아마도 '사랑'이 아닐까 생각된다. 차가운 겨울 바람이 매서운 12월, 충격적인 사건, 외면받는 사람들에게 작은 희망이 되어줄 수 있는 것 또한 '사랑'이란 이름일 것이다. 잭과 엄마가 보여준 뜨거운 사랑을 통해 차가워지기 쉬운 마음의 아픔을 치유하고 상처를 어루만져줄 따스한 손길을 느낄 수 있을것도 같다. 이 작품을 통해 세상에 이와 비슷한 상처를 남기는 이들의 가슴에도 따스한 사랑이 전해지길 기도해본다. 이 작은 책을 통해서 작은 방,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잊지 않는 연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보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