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는 새로운 시각을 선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눈속에,

마음속에 담겨있던 고정관념의 틀을 깨는 새로움이 그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도 세종대왕> 속에도 그런 선물들이 숨겨져 있다. 조선의 크리에이터로 잘 알고있는

대왕세종, 훈민정음, 집현전, 육진사군, 용비어천가, 측우기...등 그가 이룩한 많은 업적

들을 아마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창 TV 드라마로 방영되고 있는 세종

대왕, 아니 세종 이전의 이도의 모습을 우리는 책속에서 만나볼수 있는 기회를 만나게

되었다.

유행처럼 이어진 조선 바로알기는 각종 조선관련 시리즈서적의 등장과 영화, 드라마의

사극 열풍과 맞물려 '07년과 더불어 올해도 쥐어 삼켜버리고 있다. 그 가운데 올해초

최고의 화두는 바로 인간 세종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의 많은 업적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부분은 역시 훈민정음의 창제라고 할 수 있다.

intro에서도 만날수 있듯이 백성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세종대왕의 정치철학 이며

그 마음의 반영이 바로 훈민정음의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뿌리깊은 나무>라는 소설을

통해서도 스물여덟자의 탄생 비화와 세종대왕의 고뇌, 열정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했다.

조선 임금들의 이름은 사후에 그들의 업적에 따라 새롭게 붙여지게 된다. 태조나 정조와

같이 큰 업적을 나타낸 왕에게는 뒷부분을 '조'로, 폭군과같은 정치행태를 보인 왕에게는

연산군, 광해군 처럼 '군'을, 그리고 일반적으로 '종'이라는 이름을 쓰게 된것 같다.

의아한 점은 세종의 그 화려한 업적 속에서도 '조'가 아닌 '종'이라 불리게 된 사실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왕권 말엽의 조상 신격화, 집현전 학자들과의 정음 논쟁, 불교논쟁

등 여러가지 일들로 인해서 후일 조금은 낮은 업적 평가를 받게 된것이 아닐까 한다.

역사는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 과거는 미래의 버팀목이자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은 세종은 자신의 한평생을 통해 보여주었던 것이다.(P197)

훈민정음의 창제, 육진사군설치, 대마도정벌, 단군 추승사업 등에서 보여지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혁신의 색채이다. 혁신 군주 대왕세종의 모습이다. 당시 중국에 사대사상에 물들어

있는 시대적 상황속에서 우리의 글을 만든다는 일은 그야말로 혁명과도 다름없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대로 이어져오던 한문의 사용이 아닌 독자적인 한 나라를 꿈꾼

세종대왕의 일면이 담겨진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단군 추승사업도 그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 겨레의 뿌리를 찾으려는 노력이 [세종실록지리지] 나 [삼국사략]에

담겨져 있습니다. 국경을 정비하고 우리의 뿌리를 찾고 독자적인 우리말을 사용한다는것

당시로서는 혁신에 가까운 일이겠지요. 과거 역사를 찾고 바로잡으며, 현재를 통해 미래를

제시하는 그의 열정적인 모습이 이 책 <이도 세종대왕> 속에 담겨져 있다.

세종대왕의  많은 업적들의 이면속에는 인간적인 고뇌가 숨겨져 있다.

아버지 태종이 세종의 외가 민씨 일문을 도륙한 사건과 열두살때부터 함께 살아온 아내 심씨

가문을 역모로 몰아 멸문 시킨 사건이 그의 가슴속 고뇌를 대변한다. 하지만 그의 위대한

점은 이런 고뇌를 극복하고 창조의 모습으로 변화시켰다는데 있는것 같다. 폭군으로써

고뇌를 발산하지 않고 언제나 새로운 창조자와 혁신가의 모습으로 다가가려 했던 그의 모습이

후세에 길이 칭송받는 대왕으로 자리매김 했다는 것이다.

세종대왕의 모습과 더불어 인간 이도의 고뇌를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갖게한 <이도 세종대왕>

이도와 세종대왕, 그 기나긴 여정속에서 새로운 역사와 인간의 모습을 함께한 시간이었다.

얼마전 우리나라 최초의 이지스급 함정에 새이름이 붙여졌다. 바로 세종대왕함이다.

이런 상징적인 모습들 속에서 대왕 세종은 언제나 우리 가슴속에 함께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