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슬립 (time slip)은 시간의 흐름이 바뀌어 미래나 혹은 과거로 여행을 하게 되는 현상이나

시공간의 지체현상이나 어떠한 매개체를 통해서 과거, 미래가 현재와 연결되는 것 등을 말한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보는 상상이고 영화나 소설등을 통해서 어느정도 우리에게도 익숙하게

느껴지는 소재이다.

우리나라 영화로 보자면 천군이나 시월애, 동감 등을 들 수 있고 일본 영화는 300년전 과거로

핸드폰이 가버린 기묘한 이야기나 에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있다. 미국영화로는 유명한

백투더 퓨쳐가 있다. 이러한 영화들의 특징들을 이해하면서 이 책 <타임 슬립>을 이해한다면

조금더 이해가 쉽고 즐겁게 책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타임슬립>은 두권으로 구성되어있다. 표지를 장식한 잠자듯 쓰러져있는 두명의 10대 청춘들.

철없는 프리터, 백수 청년 오지마 겐타, 2차 세계대전 죽음을 각오한 비행훈련병 이시바 고이치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와 9.11 테러가 일어난 즈음 두 청년에게서 펼쳐진 타임슬립.

그들에게 일어난 일을 믿을 수 있을 동안, 인정해 가는 동안의 즐거운 이야기들이 작가의 섬세

하고 코믹한 필치로 그려진다. 극과 극을 달리는 청년들.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시대를

바라보는 것, 자신의 목숨을 내걸었던 그 시대가 아닌 변화한 일본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

엇갈린 두 사람의 시대를 읽어가는 눈을 바라 볼 수 있다.

이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 호국영령들은 방패가 되어 그렇게 사라졌냐고 절규하는 고이치의 모습.

미나미를 위해 미나미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엮어주려고 노력하는, 목숨까지 던지려는 겐타.

마지막 바다에서 모습을 들어낸 겐타....그리고 미나미......

<타임슬립>이 기존의 타임슬립을 다룬 작품들과 다른 점은 기존 작품들이 한 주인공의 일방적인

과거나 미래 여행이나, 시간을 조정하는 능력을 다룬다면, 이 책은 과거와 현재 두 주인공이

엇갈리듯 타임슬립이 이루어진다는 점일 것이다.

비슷한 나이 또래의 청년이 겪는 미래와 현재, 그 속에서 서로 느끼게 되는, 바라보게 되는 시선을

차이를 통해서 사회가 가진, 우리 청소년이 가진 문제와 해결과제를 담아간다고 볼 수 있겠다.

정당한 전쟁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 전사(戰死)에는 존귀함도 천함도 없다. (P. 534)

<타임슬립>에 지속적으로 드러나는 9.11 테러와 2차 세계대전에 대한 시대적 배경속에서

작가가 강조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바로 전쟁의 무모함과 시대적인 모순인 것이다. 겐타와 고이치

두 청년이 겪어가는 시대상과 사회속에서 젊은 이들이 느끼는 감정과 시대에 동화되어가는

그들의 모습에서 약간의 쓸쓸함을 자아내게 된다.

전쟁을 대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같을 줄 믿는다. 정당한 전쟁이라는 것은 결단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2차대전도, 이라크 전쟁도, 각종 테러도 마찬가지 이다. 타임 슬립을 통해서

서로 다른 시대를 이해하는 눈과 마음을 얻게 되었고 전쟁과 테러는 영원히 우리 곁에서

없어져야만 한다는 사실을 두 젊은이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사회에 대한 비판과 사랑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들이 담겨진 웃음과 감동 그리고 사회비판을

담은 상상력이 빛나는 소설을 만났다. 일본 소설이 꾸준하게 사랑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일

것이다. 2006년 [우리들의 전쟁] 이라는 이름의 드라마로도 만들어 졌다고한다. 드라마로도

꼭 한번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