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추천] 달콤한 노래
편리함이 진정한 행복인가.어리석은 부모
레일라 슬리마니 장편소설. 방미경 옮김. arte. 2017

 

엄마, 아기, 보모. 낯설지 않은 관계이다. 일하는 엄마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양육자이기에 보모는 아기를 키우고 보호하는 큰 의미가 된다. 아기가 죽었다. 단 몇 초 만에. 아무것도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엄청난 일이 벌어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제와 같은 하루일 거라고 믿는 엄마의 퇴근 풍경도 그려진다. 아기와 나눌 교감의 시간을 꿈꾸며 빵집에도 들린다. 보모가 좋아하는 케이크도 사서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집에서 안전한 보호를 받고 있을 거라고 믿었던 큰 아이와 작은 아기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작부터가 강열하다. 엄마는 전혀 예측조차 하지 못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범인은 누구이며 '왜'라는 질문이 쏟아진다. 독자는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고자 책장을 쉼 없이 넘기게 된다. 하지만 완벽한 보모이며 집안일까지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는 보모의 이야기가 전반부를 채운다. 엄마는 유능한 능력을 가졌지만 첫 아기를 낳고 집에서 아기를 키우는 삶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던 엄마의 24시 아니 25시와 같은 삶을 경험하며 정신과 신체적 한계로 힘겨워한다. 까다로운 딸의 성격에 엄마만이 느끼는 힘겨움도 전해진다. 밤낮 없는 아기 키우는 힘겨움을 고스란히 작가는 전해준다. 엄마는 아기를 양육하는 일에 힘겹기만 하다. 하지만 집에서 보내는 날들이 좋아 둘째도 가지게 된다. 그야말로 양육 전쟁을 치르는 엄마는 어느 순간 양육자의 길을 포기하게 되는 또 다른 선택을 떠난다. 그렇게 보모와의 만남이 시작된다.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 그녀가 자녀는 있는지, 어떻게 사는지 관심조차도 없다. 그저 자신이 양육자라는 자리를 쉽게 내어주면서 그 자리에 들어선 보모가 가사도우미 역할과 파티 음식까지도 완벽하게 해주는 그 편리함에 눈을 감은 엄마가 된다.

 

보모의 이야기가 가득해진다. 보모가 성장한 이야기, 보모가 일했던 가정에서의 이야기, 보모의 딸에 대한 이야기, 보모의 남편 이야기, 보모가 유일하게 아이들과 공원 산책에서 사귄 친구에 대한 이야기, 보모가 가진 이중성을 점점 독자들은 마주하게 된다. 범죄자의 범죄는 결과일 뿐이다. 그 결과의 원인을 찾아가게 하는 작가. 명확한 이유를 보여주지 않지만 암시라는 복선은 구석구석 보여준다. 극명하게 다른 삶에서 성장한 엄마와 보모, 당연한 듯 무심하게 대하는 엄마와 아빠의 태도, 아기의 부모와 함께 살고 지내고자 보였던 완벽한 모습들은 과연 진실된 모습이었을까? 작가는 그렇게 보모의 냉정한 모습들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부모 앞에 보인 보모의 모습과 아이들이 경험한 보모의 모습은 극명한 차이가 되어 충격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보모는 우편을 읽고 이해하지 못한다. 어떠한 결과가 되어 자신이 집 밖으로 쫓겨날지도 예측하지 못한다. 그래프도 이해하지 못하는 보모는 자신을 지켜내고자 노력하지만 그 무엇도 안전하지 못하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아기의 엄마의 임신조차도 기대를 저버리게 된다. 마지막 남은 지폐 한 장을 보모는 다 사용하게 된다. 그 순간 그녀에게 떠오르는 문장. 누군가 죽어야 한다. 우리가 행복하려면 누군가 죽어야 한다.

아기가 죽는 사건이 일어난다. 아기 아빠는 보모의 냉정한 모습을 이미 경험한다. 아기 엄마에게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만 그녀는 귀를 닫는다.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 그렇게 예견된 보모의 진짜 모습들은 아기의 아빠와 엄마에게는 생활의 편리성에 묻혀버리게 된다. 보모가 주는 편리함에 빠져서 허우적 될 뿐이다. 보모를 해고하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는 어리석음은 부모.

 

보모가 사는 월세집 주인은 느낀다. 짧은 순간의 만남이지만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불편한 느낌, 기분 좋지 않은 느낌말이다. 양육의 의미가 조명된다. 양육자가 누구였느냐가 자녀의 미래까지 달라지게 된다. 자녀의 깊은 기억과 인성, 감정까지도 조율하게 된다. 나를 키운 양육자, 내가 키운 자녀를 잠시 떠올려보면서 읽은 작품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책에서 만난 양육자에 대한 내용도 다시금 떠올려보면서 읽었던 소설이다. 작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목소리를 내는 작가라고 책은 전한다. 이 책은 1년 만에 35만 부가량 판매, 2016년 콩쿠르상을 받게 되어 프랑스의 문학 대중성을 확고하게 된다.

 

 

2016년 콩쿠르상 수상
현재를 이야기하는 진정한 작가, 그녀의 다음 작품 역시 기대한다. - 콩쿠르상 심사평
올해의 최고의 책 - 리르
사회의 모든 모순과 역설을 우리 눈앞에 보여준다. - 르몽드

 

 

책 중에서

그들의 집 열쇠를 가지고 있고,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들의 삶 속에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이제 밖으로 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그들이 그녀를 밀어내도 그녀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중략) 그녀는 문을 두드려대고 안으로 들어올 것이며, 상처받은 연인처럼 위험할 것이다.

그녀의 요리 실력, 언제든 준비된 태도.
가녀리고 그렇게 완벽한 이 여자가 대체 어떤 사람인가.

다른 이들의 내밀한 삶, 그녀는 한 번도 자기 방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녀는 오래된 옷을 입는 사람, 남들이 다 읽어 페이지가 떨어져 나간 잡지를 읽는 사람, 심지어 아이들이 먹던 와플을 먹는 사람이니까.

어른들의 세상에서 길을 잃은 두 아이.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그렇게 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