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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혼자가 되다. 장편소설
홀로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에 성공한 최초의 여성
이자벨 오티시에르가 보여주는 놀랍도록 생생한 무인도 생존기
이자벨 오티시에르 저자.서준환 옮김
자음과모음. 2017

배를 타고 세계 일주에 나선 두 남녀.
남미 어느 무인도에 갇히고 배는 사라진다.
- 책표지글 중에서 -

소설이지만 강하게 흡입하는 힘에 이끌렸던 책이다. 저자에 대한 소개 글도 충분히 흥미를 유발했고 이야기 전개에 대한 기대도 높았던 책이었다. 저자는 여성 최초로 혼자 요트를 타고 세계 일주에 도전하여 성공한 해양탐험가이자 문학 작가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해양수산학을 전공하고 항해사로 활동하며 해양 생물에 대한 연구와 강의도 하였으며 몇 권의 논픽션과 세 번째로 펴낸 이 장편소설은 독일, 이탈리아를 비롯해 9개국에서 출간된 책이며 프랑스에서만 10만 부 이상 판매된 책이기도 하다. 저자 소개글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된 작품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자연이라는 대상을 좀 더 거대하게 바라보게 한다. 인간이 가진 협소한 관점이 이 작품을 읽으면서도 또 한번 들키는 기분이 된다. 미디어 혹은 책으로만 마주하는 극지방을 떠올리면서 읽어가게 된 작품이다. 한번도 준비되지 못한 인간의 무방비 상태의 민낯을 들여다보게 된다. 문명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인도라는 환경과 극한 기후와 환경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되묻게 되는 작품이다. 두 남녀가 뜻하지 않게 무인도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하늘의 구름이 알려주는 징후를 읽지 못하는 인간의 무지함은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의 노인이 바다 위에서 구름을 읽어내는 장면도 연거푸 떠올리게 해준다.

거대한 자연이라는 이름은 또 한번 위대해진다. 배는 사라지고 두 남녀는 무인도에서의 두려움, 추위, 생존, 후회, 절망, 배고픔 등을 경험하게 된다. 작가는 인간이 가진 탐욕의 역사까지도 조목조목 무인도의 남겨진 잔해들 속에서도 남김없이 고발해준다. 세계사의 발자취를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인간이 가진 탐욕을 비켜나가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잔혹하게 몰살되어가는 동물들의 죽음과 동물들의 가죽들도 그 역사 속에 자리 잡고 있음을 이 작품을 통해서도 마주하게 된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서 독자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싶어했는지 읽어가게 되는 작품이다. 해양수산학, 항해사, 요트로 세계를 탐험한 여성 작가인 만큼 작품 속의 세밀한 표현들과 분위기, 상황들은 밀도 있게 전달이 된다.

두 남녀가 무인도에서 경험한 두려움과 후회와 절망들이 무엇인지 작품이 충분히 전달해준다. 고기를 말라는 육포, 훈제로 먹었던 보관법들이 왜 역사 속에 등장하였는지도 이 작품에서도 전달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학문이 문명이 존재하지 않는 무인도에서는 얼마나 무의미한 교육인지도 작가는 콕 짚어준다. 더불어 문학 작품에서 표현되는 빈약한 표현들의 한계까지도 짚어주는 대목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기도 하다. 생존이냐 죽음이냐는 극한 환경에서 두 남녀가 보낸 시간들과 인간적인 갈등도 솔직하게 전개된다.

그녀는 다시 문명 속으로 돌아오게 된다. 무덤에 눈이 있어 카인을 지켜보았다.(304쪽) 그녀가 가졌던 심적 괴로움과 죄책감들도 작품 속에서 만나보게 된다. 그녀는 왜 누구의 죽음에 괴롭고 힘겨워했을까. 작품으로 만나본 시간은 아깝지 않았던 작품이 된다.

책 속에서
막대한 부라는 게 뭔지 이해할 것 같다.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산다는 것은 바로 크기와 무게, 그리고 수량의 구성비를 제대로 맞추는 일이다. 뭘 하건 간에 일단 크고 묵직하고 다량으로 세팅해야 한다는 말이다. (266쪽)

과거를 조작할 수 있는 자는 미래도 조작할 수 있다. 현재를 조작할 수 있는 자는 과거도 조작해낼 수 있다. (3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