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흐트러진 어느 바닷가에 할머니가 홀로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칙간은 저짝에 있어라~ .엄니, 배가 새는갑네요이~.

구수한 사투리가 가득한 책목차를 읽으면서 느낀 건 한번 더 의미를 설명해주어야겠다는 것이였다. 사투리 설명이 책 어디에도 없다는 것에 잠시 좌절하게 된 책이다. 먼저 읽었기에 참 좋은 책이라는 것을 아는 엄마독서샘은 기어이 아이에게 이 책을 완독,정독하도록 지도할 다짐을 하게 된 책이다. 아이가 읽다가 도통 사투리가 심해서 의미파악이 어렵다고 하소연하다가 책을 덮었던 책이 아닌가. 오랫만에 신명나게 이 책을 읽어줄 참이다.그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사투리가 익숙치 않은 어린이들은 혼자서 읽기에는 무리가 있나보다. 고학년인데도...전라도 사투리라 더 이해가 어려운 듯하다. 어휘설명이 페이지마다 있었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

 

그래도 이렇게 부여잡으면서 아이가 완독,정독하기를 원하는 이 책. 그만큼 가치있는 책이 아닌가. 할머니 한 분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노래로 시작한다. 누구를 기다리실까? 계속 궁금증을 자아내며 읽어가는 책이다. 섬에 홀로 살아가는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주름지고 부유하지도 않은 섬할머니. 할머니에게도 소녀인 시절이 있었고 아리따운 새색시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된다. 시간을 되감아보는 역사의 흔적에 섬할머니 한 분의 이야기도 어우러진다. 남존여비 사상으로 태어나도 이름조차 없었던 아이로 성장하게 되는 할머니. 배움의 문턱에는 한번도 발을 들여보지 못하고 그저 집안 살림과 동생들을 보살피며 살아온 소녀시절도 만나게 된다. 어느날 한 집안에 며느리가 되어도 그 형편은 별반 다르지 않은 가난한 삶이 연장되는 젊은 새색시. 야학에서 배움을 받은 남편 덕분에 가난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르게 가지게 된다.

 

- 땅주인은 땅 주인대로, 일본놈들은 일본놈대로 온갖 이름으로 공출을 해가니 가난을 이길 수가 없는 것이오. 그러니 가난은 세상이 만든 거라 해야 옳은 것이오.- 책중에서

 

일제시대를 지내고 전쟁이 일어나 빨갱이로 몰리며 죽음을 당하는 사건이 어느날 갑자기 일어나게 되어 다른섬으로 도망치는 아이들과 할머니,손윗동서. 이념갈등이 섬할머니 가족에게도 강한 바람이 되어 불어오는 사건이 된다. 큰 충격으로 정신줄을 놓은 손윗동서의 죽음은 또 한번 파란이 되어 섬할머니에게 무거운 짐이 된다. 가난한 젊은 새색시는 어린 4명의 어린이들을 먹여살리기에는 역부족이였으리라. 힘겨운 역사그늘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야기를 계속 만나게 된다. 자문해보면서 계속 읽어가는 이야기. 글을 읽을 줄 몰라서 겪는 사건도 만나게 된다. 아들의 사고소식과 며느리를 다시 시집보내고자 친정으로 보내는 섬할머니의 사연도 구구절절 아프기만 합니다. 한 여인의 삶이 왜 이리 아파오는 걸까요. 고난의 연속인건지....

손자를 홀로 키워낸 섬할머니. 다행히 손자가 늘 할머니의 온전한 그 사랑을 알아줍니다. 힘들고 외롭고 감당하기 힘들때마다 당할머니를 찾아갑니다. 마지막 섬할머니가 이 세상을 떠날때 당할머니와 나누는 대화가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 책입니다.

 

근현대사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책. 섬할머니 이야기가 이렇게 아프게 다가설 줄 모르고 펼친 책이였으며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아픈 역사가 지금도 우리들과 함께 하고 있음을 또 한번 느끼는 작품이였습니다. <국제시장>영화를 보면서 마음 아팠던 배우의 대사가 떠오릅니다.

힘든 시간을 우리가 겪어서 다행이였다고....우리 자식이 겪지 않아서 다행이였다고....

섬할머니의 이야기를 만나면서 섬 할머니의 두 손 잡아주고 싶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너무 고생많으셨다고...

 

이 책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은 따스한 정을 나눌 줄 아는 섬할머니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이 책을 읽었기에 그 시대를 더 이해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참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나누는 이야기가 하나 더 생겼으니 말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