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어느 마을을 표지로 한 이동진의 영화 풍경 - 길에서 어렴풋이 꿈을 꾸다.
이 책을 '살까? 말까?'로 서점에 갈때마다 한 달 동안 고민을 했다고 하면 사람들이 웃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처럼 여행관련 책이 쏟아져 나오는 시기에는 정말이지 고민거리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와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가 없었더라면 외면당했을지도 모른다.

영화전문기자라는 그의 이력을 나는 책으로 처음 알았다.
TV에도 나오고 라디오에도 나온다는데 TV와 라디오랑 안친한 나로서는 알 턱이 없었다.

영화를 보고 그 촬영지를 찾아가는 책은 꽤 있었다.
영화가 히트를 치면 촬영지까지 덩달아 유명 관광지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나도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찾아간 곳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민폐를 끼칠까봐 조심하게 된다.

책에서 소개하는 11편의 영화 중 내가 본 것은 6편.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는 영화가 아닌 드라마를 좋아하기 때문에 제외시켜야해서 좀 아쉽다.

나는 영화와 책을 나름 꼼꼼히 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책을 읽는 순간 부끄러워졌다.
얼마나 좋아하면 영화 속 아주 작은 부분들까지 기억하고 찾게 될까?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책 한 권을 100번씩 읽으셨다고 하던데 혹시 100번씩 본 것인가?
단순히 "저도 그 영화 좋아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저자가 잉마르 베리만의 흔적을 찾아 스웨덴 포러 섬을 찾은 것을 보며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의 생에 특별한 이름으로 기억된다는 것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도 부럽다.
마치 드라마 '세상이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에서 아키가 선생님에게 남긴 테잎에서 "은사라고 부를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서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할때 내게 그런 분이 없었다는 사실이 슬펐던 것처럼...

저자의 전작들이 읽고싶어지게 만드는 그리고 한 편의 영화를 온 몸으로 온전히 느끼게 만드는 멋진 책이다.

길에서어렴풋이꿈을꾸다, 이동진,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