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는 그리스인들이다. 우리의 법, 문학, 종교, 예술은 모두 그리스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 영국의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의 말이 아니더라도 오늘날 서양 문화를 이루는 바탕이 그리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스 시대만큼 인간의 사고가 자유로웠던 시대는 일찌기 없었다. 지금처럼 전문화된 개념이 없던 그 시절에는 과학자, 수학자이면서 철학자, 종교지도자이기도 한 이들이 자신들의 이론을 펼쳤고, 동시대를 살았던 이들에게 혹은 후대에 영향을 끼치면서 사상의 발전을 이루어 냈다. 

 <한 권으로 읽는 그리스 로마인 이야기> 책 소개를 살피면서 '그리스 로마인 이야기' 라는 부분보다는 '한 권으로 읽는' 이라는 문구에 혹했던 것이 사실이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로마인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었던 내게 방대한 분량의 내용을 한 권으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인 제안일 수 밖에 없다. 서양 문학의 시조로 불리는 호메로스부터 탈레스, 테미스토클레스, 페리클레스, 플라톤등으로 이어져 기독교 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까지 총 12인의 인물들만 제대로 알아도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다. 

 내용중에서 <오디세우스>와 텔레비전 시리즈 <스타트랙>의 유사성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현명하지만 호기심 많은 리더에 대한 언급과 호메로스에게는 '상상의 과거', <스타트랙>을 '상상의 미래'라고 표현한 부분에 공감이 간다. 탈레스편에서는 그를 서양 과학의 창시자로 소개하고 있는데 탈레스의 영향을 받은 다른 과학들을 이어서 소개하고 있다. 지금의 과학으로 비추어 보면 말도 안되는 주장도 있었지만 그들의 주장 하나하나가 오늘날 과학의 토대가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데미스토클레스편에서는 흔히 강도높은 교육이나 훈련을 뜻하는 '스파르타식'의 기원이 된 스파르타에 대해서 상세히 나와있어 흥미로웠다. 오로지 전투를 위한 전사들만 키워낸 스파르타는 무적의 군대임은 분명하나 정작 그들의 후손을 위해 어떤 문화적 유산도 남기지 못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플라톤편에서는 평생을 바쳐 믿어온 신념인 '법'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친 소크라테스의 일화가 무척 기억에 남는다. 

  또한 카이사르에 대해 이 책에서는 공화정의 파괴자라고 칭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나, 작년에 읽었던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라는 책에서는 역사상 둘도없는 영웅으로 묘사하던 것이 생각나서 관점의 차이를 다시한번 느꼈다. 헬레니즘 문화를 꽃피우는데 공헌한 알렉산드로스(알렉산더)나 로마의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영화를 봤던 기억이 되살아나 더욱 실감나게 읽었다.  

  내용을 읽다보니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각각의 영웅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맞지만 시대적인 배경 설명과 영웅 이전, 이후 세대의 인물들까지 모두 언급이 되어 생각했던 것보다 서술의 범위가 광범위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책을 덮은 후에는 그리스, 로마의 문화와함께 서양 역사 전반에 대한 그림이 그려져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스, 로마, 서양사, 인물, 역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