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거짓말쟁이는 마케터가 아니라 바로 소비자

그런데 좀더 따지고 들어가면 마케터는 좀 특별한 종류의 거짓말쟁이다. 마케터가 소비자에게 거짓말을 하는 이유는 소비자가 그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마케터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소비자들은 그것을 믿는다.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산다. 필요하다는 것은 실용적이고 객관적이지만, 원한다는 것은 불합리하며 주관적이다. 따라서 소비자가 이미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취향에 맞는 스토리를 마케터가 만들어주면 소비자는 그에 열광하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에게 열광적으로 전파한다. 그런 의미에서 거짓말쟁이는 마케터가 아니라 바로 소비자이다. 역설 같은가?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것은 소비자들이 마케팅의 공모자라는 사실이다. 성공적인 마케터는 소비자들이 선택할 만한, 그리고 믿을 만한 스토리를 제공하는 사람일 뿐이다.

1851년에 창업한 키엘(Kiehl’s)은 스킨 로션, 비누, 면도 크림 같은 것을 파는 잡화점이다. 키엘 매장에 들어가면 화장품과 전혀 관계없는 듀카티 오토바이나 소형 곡예 비행기 같은 비싼 소품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동물 실험과 모터사이클 경주, 그리고 창업주에 대한 상세한 설명 등 다양한 정보가 눈에 띈다. 화장품 용기도 상업적인 제품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수제품처럼 생겼다. 매장의 마룻 바닥도 100년은 족히 된 것처럼 고풍스럽다. 키엘이 파는 상품은 공산품이 아니라 독특한 개인의 작품이라는 것을 갖가지 스토리로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키엘의 스토리는 소비자의 입을 통해 계속 전파되었고, 그래서 이제 컬트 브랜드가 되었다. 마케팅을 한 것은 키엘이 아나라 고객들이었다. 키엘은 스토리를 들려주었을 뿐이고 고객이 자신과 주위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