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서 출발한다. ‘제도는 기술의 변화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처럼 실제로도 방송·통신 규제정책은 과거에 머물고 있어 기술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필자들은 융합 현상이 도래하면서 나타난 방송·통신 시장의 변화와 특성을 분석하고 그에 걸맞은 규제정책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방송·통신 시장의 변화는 통신규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유선 방식의 IPTV, 이동통신 단말기를 통해 제공되는 위성DMB 등 디지털 융합 기술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어느덧 다양하고 새로운 서비스로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아울러 이를 제공하는 사업자 수도 많아졌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거의 대부분 융합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정보통신 시장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크게 증가하였다.
정보통신 시장은 서비스별로 다수의 사업자가 출현하여 경쟁하는 체제이지만 통신시장에 경쟁이 도입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에 걸쳐 세계 각국이 통신 서비스 시장에 앞 다투어 경쟁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경쟁의 도입은 규모 및 범위경제의 손실, 국가적 중복투자, 사업자 수 증가에 따른 규제 비용 증가 등의 단점이 있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통신 시장의 규모 및 통신 서비스 보급률의 급속한 증대, 다양한 서비스의 등장, 통신 서비스 제공의 효율성 증대, 요금 인하 등의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는 통신 시장의 경쟁이 단순히 다수의 경쟁 사업자들에게 사업허가를 내주는 것만으로 촉발된 것은 아니라는 데 주목한다. 통신 시장에는 자체적으로 경쟁이 활성화되기 어려운 특수성이 있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통신 시장은 수십 년 이상 독점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옴으로써 강한 시장 지배력을 보유한 기존의 사업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선발 사업자가 선발자로서의 상대적 우위를 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규 진입자들이 공정 경쟁을 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한 것이다. 특히 과거에 획정되었던 시장의 경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하고 공급 측면에서는 가치사슬이 복잡·다양화되면서 시장 지배력의 개념과 원천이 변화하고 있는 새로운 방송·통신 환경에는 그에 걸맞은 규제정책이 새롭게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융합 시대의 방송·통신 규제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면서 새로운 서비스가 계속 생산되고